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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에서 옷 구경하다가 괜히 매출 생각만 하고 나왔다

지난주에 친구랑 오랜만에 성수동에 다녀왔다. 확실히 요즘 성수는 어딜 가나 사람이 많다. 카페는 기본이고 무슨 팝업 스토어 하나 들어가려면 줄을 한참 서야 한다. 원래는 그냥 가볍게 점심 먹고 카페나 가려고 했는데, 길을 걷다가 평소 인스타그램에서 보던 ‘더바넷’ 매장이 보이길래 그냥 한번 들어가 보기로 했다. 사실 크게 살 생각은 없었다. 그냥 요즘 어떤 스타일이 인기인가 구경이나 하자는 마음이었다.

리뉴얼 오픈한 매장에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가

매장 분위기는 확실히 깔끔하긴 했다. 입구부터 사람에 치여서 제대로 옷을 살펴보기 힘들 정도였다. 나중에 찾아보니까 4월 초에 확장 리뉴얼을 했다던데, 확실히 공간을 크게 빼니까 이전보다 사람들이 더 몰리는 것 같긴 하다. 근데 이게 브랜드 입장에서는 좋을지 몰라도 쇼핑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좀 피로도가 높았다. 옷 하나를 골라도 옆 사람 어깨랑 부딪히고, 거울 하나 보려고 해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니까 말이다. 매출이 전월 대비 200% 넘게 뛰었다는 기사를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매장 내 분위기를 보니까 그게 거짓말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산대 앞에 줄 서 있는 사람들 보니까 다들 손에 뭐 하나씩은 들려 있더라.

브랜드 경험이라는 말의 실체

요즘은 어디를 가든 ‘브랜드 경험을 강화한다’는 말을 참 많이 한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그 브랜드가 지향하는 감성을 느끼게 해준다는 건데, 사실 성수동 매장들이 다들 비슷비슷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춘천에서 열린다는 이탈리아 축제도 그렇고, 요즘은 어딜 가나 ‘도시 브랜딩’이다 뭐다 해서 비슷하게 공간을 꾸미는 게 유행인 것 같다. 근데 정작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즐거운가 하면, 글쎄. 옷 하나 사려고 30분을 서서 기다리는 게 과연 진정한 브랜드 경험인지 가끔 의문이 든다. 차라리 집에서 편하게 배송받는 게 나을 때도 많으니까.

사업은 확장이 문제인가 관리가 문제인가

그러다 문득 사주 보러 다녔을 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사업하는 사람들은 확장에 집착하지 말고 관리부터 하라고 했던 말 말이다. 돈을 버는 것보다 새는 걸 막는 게 중요하다고 했는데, 요즘 브랜드들은 일단 몸집 키우기에 혈안이 된 것 같아 보인다. 성수동 매장만 해도 평당 매출이 억 단위가 나온다는 소문이 돌 정도니까 다들 무리해서라도 더 큰 공간, 더 화려한 인테리어에 매달리는 거겠지. 5억 매출이 나온다는 명동점 소식까지 듣고 나니, 이게 패션 브랜드인지 부동산 투자업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결국은 적당한 게 제일 어려운 것 같다

쇼핑을 마치고 나와서 근처 카페에 앉아있는데 왠지 모르게 좀 지쳤다. 옷을 산 것도 아니고 구경만 했는데도 기가 다 빨린 느낌이다. 나중에 집에 가서 옷 구경이나 할걸, 굳이 왜 사람 많은 곳을 뚫고 지나갔나 싶기도 하고. 다음엔 그냥 조용한 동네 가서 예쁜 카페나 들르는 게 나을 것 같다. 확장이다, 매출 급증이다 하는 뉴스들은 이제 좀 지겹다. 그냥 사람 붐비지 않는 곳에서 천천히 둘러보며 고를 수 있는 작은 가게들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내 성향에는 팝업이나 대형 쇼룸보다는 그냥 동네 골목 어디쯤 있는 조용한 옷가게가 더 맞는 것 같은데, 그런 곳들은 갈수록 사라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

“성수동에서 옷 구경하다가 괜히 매출 생각만 하고 나왔다”에 대한 4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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