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였나, 별생각 없이 부산에서 열린 창업박람회에 다녀왔다. 딱히 당장 뭘 시작하겠다는 거창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요즘 다들 회사 다니면서 한 번쯤은 ‘나도 내 가게 하나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니까, 나도 그 연장선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입장료는 대략 5천 원이었던가, 만 원이었던가. 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결제하고 받은 목걸이형 출입증을 목에 걸고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생각보다 훨씬 뜨거운 열기에 조금 당황했다.
빽빽하게 들어선 프랜차이즈 부스들
들어가자마자 눈에 띄는 건 정말 다양한 업종의 프랜차이즈들이었다.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부터 시작해서 고깃집, 카페, 심지어 요즘은 펫 관련 사업도 많더라. 부스마다 나와 있는 직원들은 하나같이 친절했다. 지나가기만 해도 ‘한 번 상담받고 가시라’며 팜플렛을 쥐여주는데, 그 기세에 밀려 의자에 앉아 상담을 받은 곳만 서너 군데가 넘는다. 어떤 곳은 가맹비가 500만 원, 어떤 곳은 3,000만 원까지 부르기도 했다. 상담해주시는 분들은 하나같이 ‘지금 시작하면 최소 수익은 보장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데, 듣다 보니 이게 진짜인지 아니면 영업 멘트인지 구분이 잘 안 갔다.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의자 앞에는 예상보다 훨씬 구체적인 수익 구조표가 놓여 있었다.
상담 뒤에 남은 알 수 없는 피로감
한 두 시간 정도 돌았을까. 처음에는 새로운 정보를 얻는 재미가 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머리가 복잡해졌다. 무인 매장이라 편할 줄 알았는데, 막상 상담을 받아보니 관리 이슈가 만만치 않아 보였다. 특히 키오스크 고장이나 재고 관리 같은 소소한 문제들이 24시간 내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한 업체는 본사에서 100% 관리해준다고 했지만, 그게 정말 매번 현장까지 와서 해결해줄 수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는 손에 팜플렛과 기념품으로 받은 텀블러 하나가 들려 있었다. 이걸 들고 전시장 밖으로 나오는데, 내가 뭘 위해 여기 왔는지 잠시 멍해졌다.
박람회 밖 현실과의 괴리
전시장을 나와서 잠시 근처 카페에 앉아 챙겨온 팜플렛들을 펼쳐봤다. 숫자들이 적힌 견적서들을 보고 있자니 현실적인 벽이 크게 느껴졌다. 인테리어 비용이나 초기 집기 비용 같은 것들이 생각보다 높았다. 과천이나 다른 지자체에서 중소기업 지원금을 최대 2천만 원까지 준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이런 프랜차이즈 창업도 그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건지 궁금했다. 하지만 막상 영업 사원들은 그런 현실적인 대안보다는 ‘당장 계약하면 추가 혜택을 주겠다’는 식의 말만 반복했다. 결국 고민만 더 깊어지는 기분이었다.
정말 이게 내 길일까 싶은 생각
박람회를 다녀온 후 며칠이 지났지만, 여전히 고민은 해결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처음보다 더 불분명해진 것 같다. 무작정 시작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커 보이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자니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여전하다. 상담받았던 업체 중 한 곳에서 문자가 왔다. ‘상담 내용 검토해 보셨냐’는 형식적인 메시지였다. 답장을 할까 하다가 그냥 핸드폰을 덮었다. 다음에 다른 박람회가 열리면 또 가게 될지, 아니면 이쯤에서 그만두고 그냥 회사를 열심히 다니는 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일단은 지금 당장 뭘 결정하기보다는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박람회에서 가져온 텀블러는 책상 위에 놓여 있는데, 아직 포장도 뜯지 않았다.

견적서에 적힌 금액 보고, 비슷한 경험 한 적 있네요. 초기 투자 비용 때문에 망설이는 마음 충분히 이해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