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작할 때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메뉴 하나로 동네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었을 뿐이었다. 작은 상가에서 샌드위치를 팔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머리가 복잡해질 줄은 몰랐다. 가게 이름이 조금씩 알려지고 단골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아, 이 정도면 다른 동네에도 지점을 내볼 만하지 않을까?’라는 엉뚱한 상상을 하게 됐다. 그게 화근이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는 너무 아무것도 몰랐고, 그저 의욕만 앞섰던 것 같다.
메뉴 레시피가 시스템이 될 수 있을까
지점을 하나 더 내기 위해서 가장 먼저 마주한 벽은 ‘균일한 맛’이었다. 내가 직접 만들 때는 손대중으로 대충 해도 매번 같은 맛이 났는데, 알바생에게 맡기기 시작하니 그게 안 되더라. 소스 하나를 섞어도 그람 수 단위로 계량하고, 빵을 굽는 시간도 1분 단위로 타이머를 맞춰야 했다. 샌드위치 하나 만드는 데 6분 걸리던 것이, 매뉴얼을 만들고 검수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나중에는 10분이 넘어가기 일쑤였다. 결국 메뉴판의 가격을 올려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기존 단골들이 ‘이제 맛이 예전만 못하다’거나 ‘너무 비싸졌다’는 소리를 할 때마다 속이 쓰렸다. 프랜차이즈라는 게 단순히 가게를 여러 개 늘리는 게 아니라, 내 손을 떠나서도 내가 의도한 맛이 유지되게 만드는 싸움이라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사무실을 성수동으로 옮긴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최근에 업계 소식들을 찾아보다가 넥스트플레이어 같은 회사들이 성수동으로 본사를 확장 이전한다는 기사를 봤다. 월 매출이 백억 단위인 곳들이 성수동 같은 곳에 자리를 잡고 조직을 키우는 걸 보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여전히 주방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데, 누군가는 데이터와 AI로 브랜드 확장을 고민하고 있구나 싶었다. 물론 규모의 차이는 있겠지만, 브랜드를 관리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결국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 같다. 예전에는 그냥 ‘더 많이 팔자’가 목표였다면, 이제는 ‘어떻게 더 똑같이 만들어서 효율적으로 운영할까’가 지상 과제가 됐다. 그 과정에서 법적인 서류들, 위생 신고, 식자재 관리까지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말이지 사업자 등록증 하나 들고 구청 갔을 때의 그 막막함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눈앞의 운영과 미래의 확장 사이에서
가끔은 그냥 처음처럼 작은 가게 하나만 운영하던 때가 그리울 때가 있다. 그때는 단골손님과 날씨 이야기를 나누고, 메뉴를 즉석에서 살짝 바꿔봐도 크게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기록되고 관리되어야 한다. 최근에 세레미 같은 프리미엄 뷰티 브랜드들이 공격적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는 걸 보며, 요식업 브랜드들도 저런 방식의 전략이 필요할까 싶어 고민이 많아졌다. 내 가게를 하나의 ‘브랜드’로 정의하는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요리사가 아니라 운영자가 되어야 했다. 이게 내가 원했던 길인지 가끔은 헷갈린다. 매출은 늘었지만 마음의 여유는 줄어든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그게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매뉴얼의 숙제
아직도 매뉴얼은 매달 수정된다. 이번 달에는 양상추의 보관 방식 때문에 한 차례 소동이 있었다. 프랜차이즈화를 꿈꾸며 만든 매뉴얼이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삐걱거리는 것이다. 동남아시아 시장까지 내다보는 거창한 기업들의 소식 사이에서, 나의 작은 샌드위치 가게는 오늘도 어떻게 하면 빵을 더 바삭하게 유지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어쩌면 시스템이라는 건 완벽해지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발생하는 문제를 수정해 나가는 과정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그저 매일 아침 재고 리스트를 확인하고, 새로 들어온 알바생에게 인사를 건네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 어차피 내일이면 또 다른 돌발 상황이 생길 테니까. 다음 지점을 어디에 낼지, 아니면 이쯤에서 멈출지조차 사실 아직 결정을 못 내렸다. 무작정 달려왔는데, 뒤를 돌아보니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 가끔은 영 가늠이 되지 않는다.

세레미처럼 브랜드화되면 맛이 변하는 것 같아 아쉽네요. 그래도 빵을 바삭하게 유지하는 고민 자체는 여전히 중요하겠죠.
세레미처럼 브랜드화하면 좀 더 복잡해지긴 하네요. 제가 지금 겪는 문제처럼, 안정적인 운영에 집중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소스 계량하는 거 진짜 꼼꼼하게 하니까 맛이 달라지긴 하더라구요. 처음엔 손맛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확장하려면 진짜 체계가 필요하구나 깨닫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