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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람회 가서 상담만 두 시간 받고 온 날

지난 주말이었나, 코엑스에서 열린다는 프랜차이즈 박람회에 다녀왔다. 딱히 뭘 당장 시작하겠다는 건 아니었는데, 요즘 회사 다니는 게 슬슬 지치기도 하고 통장에 모아둔 돈은 그대로 두면 녹아 없어질 것 같다는 불안감이 좀 있었다. 사실 친구랑 가볍게 커피나 마시러 가자고 했다가 홀린 듯이 들어간 건데, 막상 들어가니까 분위기가 꽤 무거웠다. 입구에서부터 팜플렛을 쥐여주는데, 전부 다 ‘소자본 고수익’, ‘초보자 가능’ 같은 문구들뿐이라 처음엔 조금 냉소적으로 보게 됐다.

너무 화려한 간판들 사이의 현실감각

부스를 몇 군데 돌다 보니 한솥도시락 같은 익숙한 브랜드부터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삼겹살 브랜드까지 꽤 다양했다. 근데 희한한 건, 다들 하는 말이 비슷하다는 거다.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다들 힘들지만 우리 브랜드는 다르다’는 식의 자신감. 상담을 해주시는 분들은 하나같이 에너지가 넘치는데, 나는 그 에너지를 감당하기가 좀 버거웠다. 샐러드 창업이나 카페 창업 부스에서는 예상 창업 비용을 들었는데,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 정도면 웬만한 인테리어랑 초도 물량까지 다 해결된다고 했다. 소상공인 창업대출을 끼면 실투자금은 더 줄어든다는 말도 들었다. 귀가 솔깃하긴 했는데, ‘진짜 이 돈으로 다 된다고?’ 싶은 의구심이 가시질 않았다. 옆에서는 상담하시는 분이 계산기를 두드리며 월 매출을 예시로 들어주는데, 그 숫자가 내 월급보다 많다는 걸 인지하는 순간 현실감이 확 떨어졌다.

특수상권의 함정과 월세의 압박

한 상담원은 본우리반상 같은 곳이 특수상권에 들어가면 안정적이라고 했다. 쇼핑몰이나 역세권처럼 유동 인구가 보장된 곳에 들어가는 건데, 들을 땐 좋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런 곳은 월세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게 뻔했다. ‘남는 게 있나?’ 싶어 물어보면 매출 대비 수익률은 나쁘지 않다고만 반복한다. 실제로 내가 예전에 잠시 일했던 카페도 역 근처였는데, 월세 내고 나면 알바비 주기도 빠듯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경험이 있어서인지, 박람회장의 그 반짝이는 설명들이 오히려 더 불안하게 느껴졌다. 창업이라는 게 그냥 책상 위에서 계산기 두드린다고 되는 게 아닐 텐데 싶어서.

밥 먹으러 갔다가 시작된 묘한 고민

박람회를 나와서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거기 사장님이 혼자 바쁘게 움직이는 걸 한참 쳐다보게 됐다. 손님들 주문받고, 음식 나가고, 중간중간 설거지까지 하시는데 저분이 오늘 박람회에 오신 분들의 미래 모습인가 싶었다. 나도 저렇게 살 수 있을까? 40대 50대가 되면 퇴직하고 다들 이 길로 들어선다는데, 그게 정말 안정을 위한 길인지 아니면 또 다른 굴레인 건지 구분이 안 갔다. 궁전제과 같은 유명한 빵집 이야기도 떠올랐다. 거기는 3대째 내려온다는데, 그런 브랜드는 그냥 생기는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프랜차이즈 간판 하나 달고 시작하는 게 너무 쉽게 느껴져서 덜컥 겁이 났다.

아직은 결론이 나지 않는 물음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팜플렛들을 가방에 쑤셔 넣었다. 집에 와서 다시 꺼내 보니 정말 이게 다 뭔가 싶다. 에어컨 관리 업체랑 협업해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곳도 있고, AI를 도입해서 인건비를 줄였다는 곳도 있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는데, 정작 매장을 운영하는 사람의 고민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사람’과 ‘임대료’인 것 같다. 오늘 상담받은 곳 중에서 딱히 ‘여기가 답이다’ 싶은 곳은 없었다. 아마 내일 출근하면 다시 평소처럼 일하고, 또 한 달 뒤에는 이런 고민을 잊어버리겠지. 그렇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박람회장의 그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상담원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맴돈다. 창업, 이게 대체 뭐라고 사람을 이렇게 붕 뜨게 만드는 건지 모르겠다. 다음 달에 다른 박람회가 또 있다고 하던데, 그때는 친구를 데리고 가지 말고 혼자 조용히 가서 더 구체적으로 물어볼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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