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집 하나 차리면 속 편할 줄 알았는데
요즘 그냥 회사를 그만두고 작은 식당이나 하나 해볼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친구들 만나면 맨날 하는 소리가 ‘차라리 솥밥집이나 국밥집 하나 해서 조용히 장사나 하자’는 건데, 이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는 걸 요즘 공부하면서 뼈저리게 느낀다. 예전엔 그냥 메뉴 정하고 자리 잡으면 끝인 줄 알았지. 근데 프랜차이즈 박람회나 이런 곳 기웃거리다 보니, 이건 뭐 외식업인지 서류 처리업인지 구분이 안 가더라. 향산면옥 같은 곳이나 청화옥처럼 유명한 국밥집들을 보면 ‘아, 저 정도 맛이면 승산 있겠다’ 싶다가도, 창업 비용이며 대출 조건이며 하나하나 뜯어보면 머리부터 아파온다.
1인 식당을 꿈꾸는 사람의 착각
사람들은 흔히들 1인 식당 하면 아주 자유롭고 여유로운 모습을 상상한다. 나도 그랬다. 손님들한테 따끈한 곰국 한 그릇 내어주고, 하루 종일 느긋하게 재료 준비하고. 근데 막상 현실은 솥밥 하나를 하더라도 쌀 씻는 것부터 시작해서 육수 농도 맞추는 것까지, 웬만한 기술이 다 필요하더라. 굳이 조리학과를 나오지 않아도 창업은 가능하지만, 정작 주방 안에서 일어나는 온갖 변수를 견뎌낼 수 있을지 스스로 물어보면 선뜻 대답이 안 나온다. 최근에 본 어떤 창업 사례에서는 셰프 출신들이 고향 내려가서 제대로 된 다이닝 하겠다고 뛰어들었다가 고생하는 걸 봤는데, 나 같은 일반인이 덤비면 진짜 어떻게 될지 상상만 해도 땀이 난다.
대출이랑 서류는 끝이 없다
신규 창업 대출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 그게 그냥 은행 가서 도장 찍으면 되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무슨 사업계획서에, 상권 분석에, 예상 매출액까지 뽑아내야 한다. 안동형 일자리 사업이나 뭐 그런 정부 지원금 사례들을 보면서 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것저것 찾아봤는데, 이게 진짜 내 식당을 차리는 건지 서류 심사받으러 다니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미라클디저트 같은 곳들이 해외로 나간다거나 하는 뉴스 보면 멋있어 보이긴 하는데, 그런 큰 그림보다는 당장 오늘 나가는 월세랑 재료비가 더 큰 고민인 사람들에겐 그런 게 좀 멀게만 느껴진다.
맛있는 국밥 한 그릇의 무게
가끔 점심에 나가는 9,000원짜리 김치찌개 하나도 그냥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요새 새삼 느낀다. 예전엔 그냥 ‘아 좀 짜네’ 하고 말았는데, 이제는 ‘이 집은 육수를 뭘로 냈길래 이런 맛이 날까’ 하고 습관적으로 숟가락을 멈추고 국물을 떠먹게 된다. 얼마 전에는 동네에 새로 생긴 국밥집에 갔는데, 가격은 1만 원대인데 고기가 생각보다 적어서 좀 실망했다. 그 집 사장님도 분명히 고민이 많겠지. 원가는 오르고 손님들 눈높이는 높아지니, 결국 줄일 수 있는 건 고기 양 아니면 반찬 가짓수일 테니까. 내가 만약 창업한다면 그 줄타기를 잘할 수 있을까?
창업을 생각하며 남은 불안함
지금 당장 어디랑 계약을 하거나 대출을 알아본 건 아니다. 그냥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만 돌려보고 있다. 1인 식당으로 시작해서 솥밥 기계 대수 계산해보고, 임대료가 200만 원이면 하루에 몇 그릇을 팔아야 겨우 남는 건지 엑셀을 두드려본다. 근데 이게 매번 답이 안 나온다. 분명히 누군가는 성공해서 건물도 사고 한다는데, 내가 하면 왠지 한 달도 못 버티고 닫을 것 같은 불안함이 항상 발목을 잡는다. 누군가는 ‘일단 저질러봐라’라고 하지만, 그 저지르는 비용이 너무 크니까 쉽게 용기가 안 난다. 오늘도 퇴근길에 곰국 한 그릇 포장해왔는데, 집에 와서 다시 데우면서 고민만 깊어진다. 내일은 또 다른 프랜차이즈 정보가 올라오려나. 사실 그런 거 보고 있는 시간 자체가 도피인 것 같기도 하고.

솥밥 기계 대수 계산하는 거, 현실적으로 얼마나 팔아야 할지 계산하는 게 정말 어려운 문제 같네요. 엑셀에 찍어놓은 숫자만으로는 막상 실제 운영이 시작되면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아요.
솥밥 기계 대수 계산하는 거, 저도 처음 생각할 때 그랬어요. 현실적으로 얼마나 자주 사용할지도, 메뉴가 바뀌면 어떻게 할지도 생각해보니 더 복잡해지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