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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하고 뭐라도 하나 해볼까 싶어 기웃거린 식당 창업의 현실

어쩌다 식당 창업까지 알아보게 됐나

솔직히 말하면 거창한 꿈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 막연하게 내 가게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집 근처 망원동이나 성수동 같은 곳을 지나다 보면, 어느 날은 새로 생긴 프랜차이즈가 보이고 또 어느 날은 그 자리에 다른 가게가 들어와 있다. 겉보기엔 다들 번듯해 보이고 손님도 많아 보이니까, 나도 저런 거 하나 끼고 시작하면 적어도 굶지는 않겠지 싶은 안일한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무작정 인터넷에 식당 창업비용을 검색해봤는데, 이게 생각보다 숫자가 훨씬 크더라. 그냥 권리금이나 인테리어 비용이 내 생각의 범위를 한참 넘어섰다.

무한리필 고깃집을 보고 느낀 이질감

주말에 동네 친구들을 만났다가 우연히 돼지고기 무한리필 집을 갔다. 1인당 17,900원이었나. 요즘 물가 치고는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 들어갔는데, 사람이 정말 많더라. 그런데 이상하게 밥을 먹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직원은 계속 고기를 채우느라 바쁘고, 사람들은 정신없이 구워대고, 가게 안은 뿌연 연기로 가득했다. 이게 정말 내가 원했던 ‘내 가게’의 모습일까 싶었다. 친구는 “이런 게 확실히 남는 장사지”라고 하는데, 나는 그 왁자지껄한 소음 속에서 왠지 모르게 빨리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 곳들은 맛보다는 시스템이 먼저구나, 하는 게 피부로 느껴졌다.

이름만 보고 뛰어들기엔 너무 복잡한 세상

어디선가 요즘은 프차연구소 같은 곳을 보고 결정한다는 말을 듣고 사이트도 기웃거려 봤다. 브랜드마다 수수료가 다르고, 가맹비나 교육비 항목도 참 복잡하더라. 어떤 곳은 2차 PG사 같은 걸 이용해서 수수료를 낮춰준다고 은밀하게 영업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정확히 이해하려고 들수록 머리만 아프다. 예전엔 그냥 요리 좀 하고 손님들한테 친절하게 대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지금은 카드 수수료니 배달 플랫폼 비용이니 하는 것들이 더 중요한 문제처럼 보였다. 40대가 넘어서 이걸 하나하나 다 공부하고 시작할 수 있을지 사실 자신이 없다.

동네 국밥집에서 본 묘한 위로

결국 창업 세미나 같은 데를 다녀오는 길에 불광역 근처 대조시장 쪽을 지나가게 됐다. 거기 오래된 순대국집이 하나 있는데, 프랜차이즈 간판들 사이에서 왠지 모르게 꿋꿋해 보이더라. 1986년부터 했다던가. 화려한 인테리어도 없고 메뉴도 단출한데, 안에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부터 근처에서 일하는 사람들까지 섞여 있었다. 샐러디 같은 요즘 뜨는 비건 메뉴나 셰프 컬렉션 같은 건 없지만, 오히려 그런 곳이 훨씬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내가 정말 이런 식당을 운영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냥 이런 식당에 손님으로 가는 게 나은 걸까.

아직 결론은 나지 않은 채로

주변에서는 초기창업패키지 같은 게 있으니 정부 지원을 알아봐라, 전수창업을 해라 말이 많다. 하지만 내 손으로 직접 요리를 배우고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거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일단은 그냥 통장에 있는 돈을 그대로 두는 게 제일 안전한 거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래도 나중에 나이 더 먹어서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뭐라도 해봐야 하나 싶기도 하다. 마음속에서 이런 고민만 몇 달째 반복 중이다. 내일은 동네 근처에 또 새로 생긴 카페나 한번 가봐야겠다. 거긴 또 얼마나 버티려나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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