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아이랑 산책 나갔다가 평소 자주 가던 맘스터치 매장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메뉴판이 뭔가 좀 달라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늘 먹던 치킨 버거 광고 옆에 뜬금없이 비프 버거 포스터가 붙어 있는 건 진작 봐서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매장 분위기 자체가 조금 더 복잡해진 느낌이랄까. 우리 동네만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최근 들어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본래의 색깔을 잃어가는 것 같아서 기분이 묘하다. 원래는 치킨 패티가 두툼한 버거가 생각나서 가는 곳이었는데, 요즘은 메뉴가 너무 많아져서 키오스크 앞에서 서성이는 시간이 부쩍 길어졌다.
메뉴가 너무 많아지니 오히려 고민만 길어진다
한 10분 정도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결국 고른 건 늘 먹던 싸이버거였다. 솔직히 말하면 신메뉴가 나올 때마다 조금씩 다 시도해보긴 했었다. 작년인가, 비프 버거가 새로 나왔다고 해서 굳이 7,000원 정도를 내고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임팩트가 없었다. 맛이 없다는 게 아니라, 그냥 ‘여기서 이걸 왜 먹지?’ 싶은 기분이었다. 차라리 그 가격이면 수제버거집을 가는 게 나았을까 싶기도 하고. 그런데도 매장은 여전히 사람이 많다. 점심시간에는 보통 15분에서 20분은 기다려야 음식이 나오는데, 기다리는 동안 매장 구석구석을 둘러보게 된다. 벽면 가득 붙은 포스터들이 처음에는 메뉴 홍보인 줄 알았는데, 요즘은 무슨 캠페인이다 뭐다 해서 너무 어수선하다.
브랜드가 어디까지 확장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최근에는 백화점 명품관 쪽 소식도 가끔 듣는다. 신세계 분더샵 같은 곳에서 억 단위가 넘어가는 주얼리를 들여온다는 기사를 봤는데, 그건 그것대로 ‘럭셔리 경험의 확장’이라고 부르더라. 동네 햄버거집이 메뉴를 늘리는 거랑 같은 맥락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들 자기 영역을 벗어나려고 난리인 것 같다. 예전에는 ‘디스커버리’나 ‘MLB’ 같은 브랜드들이 스포츠 의류를 넘어서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다루는 걸 보면서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내가 매일 소비하는 공간들이 그렇게 변해가니까 조금 피로해진다. 그냥 익숙한 맛 그대로 있어 주면 좋겠는데, 왜 자꾸 새로운 걸 가져다 붙여서 사람을 고민하게 만드는 걸까.
네이버 클립이나 쇼츠 같은 것도 비슷한 맥락일까
요즘은 브랜드뿐만 아니라 플랫폼도 다들 확장에 목을 매는 것 같다. 네이버 클립을 구경하다 보면 이게 블로그 기반인지 유튜브 릴스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그냥 정보만 얻고 싶은데, 거기서도 광고 수익이니 뭐니 하는 이야기들을 보고 있으면 머리가 좀 아프다. 내 블로그도 예전에는 그냥 일기장처럼 썼는데, 요즘은 다들 ‘확장’해야 한다고 하니 나도 뭔가를 더 해야 하나 싶은 조급함이 든다. 하지만 막상 뭘 더 하려고 하면 귀찮음이 먼저 앞선다. 아이랑 먹은 햄버거 사진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냥 하던 거나 잘하는 게 제일 어려운 것 같다고 말이다.
결국은 선택지가 늘어난 건지 사라진 건지
어제는 결국 햄버거 말고 다른 곳을 찾아보려다 포기했다. 근처에 있는 동물병원이나 카페들도 다들 뭔가 큰 사업을 한다고 뉴스가 나오는데, 내가 이용하는 입장에서는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서비스는 더 늦어지고 매장은 더 좁아진 느낌이다. 2억 달러를 투자했네, 몇 백 곳을 인수했네 하는 기사들이 피부로 와닿지는 않는다. 당장 내 앞에 있는 키오스크가 오류 나서 주문 취소하고 다시 결제하는 시간이 너무 아깝게 느껴질 뿐이다. 다음에 갈 때는 정말 그냥 익숙한 그 버거만 딱 먹고 빨리 나와야겠다. 이런 변화들이 나중에 나한테 어떤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지, 아니면 그냥 계속 이렇게 어수선할지 지금으로선 잘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