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에서 서성이다 돌아온 오후
며칠 전 코엑스에서 열린 IFS 창업 박람회에 다녀왔다. 사실 뭐 거창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고, 요즘 경기도 너무 안 좋고 다들 식당 하나씩은 알아본다는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이끌려 간 거다. 사람들 정말 많더라. 입구에서부터 줄을 서는데, 이미 여기서부터 기가 좀 빨리는 기분이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건 온통 소고기집 창업이나 돼지갈비 구이 프랜차이즈 부스들이었다. ‘한우88도매장’ 같은 곳들은 부스 규모부터가 남달랐는데, 2개월 만에 100호점을 냈다는 현수막이 눈에 확 들어왔다. 그 숫자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대단하다는 감탄보다는 ‘저렇게 빨리 늘어나면 관리는 어떻게 하는 거지?’ 하는 의구심이었다. 현장에서 상담받는 분들 표정을 보니 다들 절박해 보이기도 하고, 나처럼 그냥 호기심에 기웃거리는 사람도 섞여 있는 것 같았다.
메뉴 고민과 불판의 딜레마
요즘 소고기집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나 보다. 사실 나는 예전부터 숯불보다는 관리가 편한 가스버너를 선호했는데, 주변에서는 다들 숯불이 아니면 고기 맛이 안 난다고 난리다. 현장에서 만난 컨설턴트분에게 연기 안 나고 고기가 타지 않는 불판 같은 거 없냐고 물어봤더니, 그런 건 세상에 없단다. 그분 말로는 환기 시설을 얼마나 잘 갖추느냐가 핵심이지 불판 탓을 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듣고 보니 맞는 말이긴 하다. 그런데 말은 쉽지, 식당 한번 차리려면 환기 시설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알고 나니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논현동 맛집들 가보면 환기 통이 천장에서 내려와 굴러다니는데, 그거 설치하는 것도 일이고 나중에 청소할 거 생각하면 벌써부터 숨이 막힌다.
업종 변경이라는 선택지 앞에서
한쪽에서는 기존 고깃집을 운영하던 분들이 ‘제주화로집’ 같은 곳으로 간판을 바꾸는, 소위 말하는 업종 변경 창업 이야기도 들렸다. 투자금 1,000만 원에 24시간 만에 리뉴얼을 끝냈다는 성공 사례를 듣는데, 솔직히 귀가 솔깃했다. 하지만 이게 겉으로 보이는 숫자가 전부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 계속 발목을 잡는다. 리뉴얼을 한다고 해서 예전부터 쌓여온 상권의 흐름이 한 번에 바뀔까? 송도점 사례가 좋다고는 하지만, 내 매장이 그럴 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오히려 섣불리 바꿨다가 비용만 날리는 건 아닐지 걱정이 더 앞선다. 식당 임대료는 그대로인데 매출이 드라마틱하게 오를지, 아니면 그냥 빚만 늘어나는 건 아닐지 밤마다 계산기를 두드려보게 된다.
순대국집이나 초밥집까지 고민이 번지다
소고기집만 생각했던 게 어느덧 순대국 창업이나 초밥 프랜차이즈로까지 고민이 번졌다. 소고기는 객단가가 높아서 좋지만 재고 관리 부담이 너무 크고, 순대국은 회전율은 좋은데 몸이 고되다. 사실 어떤 아이템을 골라도 결국은 ‘누가 하느냐’ 싸움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데, 막상 박람회장에서는 그런 본질적인 고민보다는 당장 눈앞의 화려한 브랜드 로고와 ‘최단기 오픈’이라는 문구에 마음이 더 흔들렸다. 며칠째 잠도 잘 안 오고, 아는 사람들은 다들 그냥 하던 일 계속하라고 말리는데, 왜 이렇게 마음 한구석에 미련이 남는지 모르겠다.
결국은 아무것도 정하지 못한 채
박람회장을 나오면서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문득 ‘내가 만약 저 사장님이라면 오늘 같은 평일 오후에 가게를 어떻게 운영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텅 빈 테이블을 보고 있으니 창업이 단순히 브랜드 하나 골라서 간판 다는 문제가 아니라는 게 뼈저리게 느껴진다. 상담받았던 몇몇 곳에서 연락이 오는데, 딱히 마음이 가는 곳이 없다.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하기엔 또 아쉽고. 그냥 한 번 더 알아볼지, 아니면 당분간은 지금 상황을 유지하는 게 나을지 여전히 결정을 못 내렸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으면서도, 내일 또 다른 창업 정보들을 검색하고 있는 나 자신이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진다.

송도점 사례를 보니, 각 지역 특성에 맞게 메뉴를 수정하는 게 중요하겠네요.
2개월 만에 100호점을 낸다는 현수막을 보니, 관리 시스템이 정말 궁금하네요. 제 매장도 그렇게 빠르게 확장할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