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브랜드 확장이 뭐길래
요즘 어딜 가나 브랜드 확장이라는 말을 참 많이 듣는다. 연예인들이 갑자기 자신의 이름을 딴 패션 브랜드를 런칭하거나, 뷰티 브랜드가 북미 시장에 진출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걸 보면 세상이 온통 자기 브랜드를 키우는 데 혈안이 된 것 같다. 얼마 전 친구가 나한테 사주를 보러 갔는데, 거기서 내 직업적 성향이 사람과 공간을 엮어 브랜드를 만드는 재능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호들갑을 떨더라. 솔직히 말해서 그 소리를 들었을 때 내 감정은 묘했다. 이게 칭찬인지 아니면 그냥 세상 흐름에 맞춰 살라는 강요인지 잘 모르겠어서 그냥 헛웃음만 나왔다.
흑석동 아파트 가격을 보며 든 생각
최근에 흑석뉴타운에 들어선다는 써밋더힐 이야기를 들었다. 전용 84제곱미터짜리 아파트 하나가 발코니 확장 비용까지 다 합쳐서 30억을 훌쩍 넘긴다는 뉴스를 보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대체 브랜드가 무엇이길래 이름값 하나로 이렇게 숫자가 널뛰는 걸까. 물론 대우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라는 이름이 붙었으니 당연히 비싸겠지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브랜드라는 껍데기가 과연 사람의 실제 삶을 얼마나 더 나은 방향으로 확장해주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30억이라는 돈이 낯설기도 하고, 브랜드라는 이름 아래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함이 든다.
로봇과 감성이라는 다소 낯선 조합
얼마 전에는 갤럭시코퍼레이션에서 공개한 MACH33이라는 로봇 패션 브랜드 소식을 봤다. 로봇을 단순한 기술적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동반자로 보겠다는 거창한 포부인데, 이게 정말 감성적인 접근인지 아니면 그냥 마케팅의 일환인지 구분이 잘 안 간다. 우주로 진출하겠다는 거창한 꿈이 로봇 심장이라는 키워드로 포장되는 걸 보면서, 요즘 사람들은 참 브랜드를 만드는 데 진심이구나 싶었다. 내가 보기엔 그냥 복잡하고 차가운 기계일 뿐인데, 거기에 감정을 투영해서 상품화하려는 그 시도가 나에겐 조금 무겁고 피곤하게 느껴졌다. 내가 너무 냉소적인 건가 싶다가도, 굳이 로봇에 감성이라는 라벨을 붙여야 우리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걸까 하는 질문이 계속 남는다.
뷰티 브랜드의 해외 진출 뒤에 숨은 현실
더랩바이블랑두라는 브랜드가 올리브영 미국 패서디나점에 입점했다는 소식도 봤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보이던 더마 클린 뷰티 제품이 이제 미국까지 건너가서 K-뷰티를 알린다니 대단하긴 하다. 그런데 이런 소식들을 접할 때마다 나는 마음 한구석이 조금 쓸쓸해진다. 내가 매일 아침 바르는 화장품, 내가 자주 입는 옷, 내가 머무는 공간들이 다 누군가의 철저한 계산 아래 만들어진 브랜드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왠지 내 일상까지 통제당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확장이라는 단어는 참 화려한데, 그 이면에 있는 수많은 고민과 비용, 그리고 브랜드라는 굴레를 짊어지고 사는 사람들의 고단함은 누가 알아주는 걸까.
브랜드가 없는 삶을 상상해본다
가끔은 브랜드니 확장이니 하는 말들을 다 잊고 그냥 살고 싶다. 30억짜리 아파트도, 감성 로봇도,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뷰티 브랜드도 사실 내 일상과는 크게 상관없는 이야기들인데 왜 나는 이런 것들에 휩쓸려 고민하고 있을까. 어쩌면 나조차도 브랜드를 만들고 확장하는 세상의 속도에 적응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주말에 페스티벌 현장을 찾아서 부스들을 둘러보고 스파를 즐기며 감각을 확장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그런 모든 자극을 차단하고 브랜드 없는 무미건조한 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이게 내 성향에 맞는 건지, 아니면 시대가 요구하는 숙제인지 풀리지 않은 채로 남겨두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