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다니면서 남는 시간에 해볼 만한 일을 찾던 시작
회사 일이 좀 손에 익으면서 조금씩 딴생각이 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매달 정해진 날짜에 들어오는 월급이 참 고맙기는 한데, 요즘 미친 듯이 오르는 물가를 보면 내 월급 빼고 다 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저축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집 한 칸 장만하기는커녕 전세금 올려주기도 벅찬 현실이라 마음이 괜히 조급해졌다. 그렇다고 퇴근하고 나서 다른 데서 아르바이트를 하자니 몸이 버텨내질 못할 것 같았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동네 골목길을 걷다가 새로 생긴 무인 매장을 보게 됐다. 손님은 있는데 일하는 사람은 없는 그 풍경을 보면서 묘한 해방감 같은 게 느껴졌다. 나도 저런 거 하나 차려놓으면 회사 다니면서 부수입 좀 쏠쏠하게 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생겼다. 그날 이후로 며칠 동안 밤마다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무인 창업 관련 글을 샅샅이 뒤져보기 시작했다.
코인세탁소와 키즈카페 사이에서 고민했던 현실적인 이유
제일 처음 관심이 갔던 건 코인세탁소였다. 빨래야 사계절 내내 하는 거니까 경기 안 타고 꾸준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관련 프랜차이즈 업체 몇 군데에 전화를 걸어보고 인터넷 카페 글을 찾아보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준비 과정이 복잡했다. 세탁기랑 건조기 대당 가격도 장난이 아니었지만, 무엇보다 수도 배관 공사랑 전기 증설 공사 비용이 복병이었다. 오래된 건물은 건물주가 배수관 확장 공사를 허락해주지도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게다가 세탁기 돌아갈 때 진동이랑 소음 때문에 윗집이나 옆집에서 민원이 들어오면 골치가 아프다는 글을 보고 지레 겁이 났다. 그에 비해 공간임대업의 일종인 무인 키즈카페는 예약제로 돌리면 손이 덜 갈 것 같았는데, 이것도 최소 30평 이상 넓은 평수가 필요해서 초보자가 감당하기에는 임대료 부담이 너무 컸다. 결국 평수가 작아도 되고 특별한 설비가 필요 없는 문구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빙구문구 체인점 상담을 받고 예산을 계산해보니
직접 돌아다니면서 시장 조사를 해봐야 감이 올 것 같아서, 근처 초등학교 옆에 있는 빙구문구 매장을 가봤다. 아이들이 하교 시간에 우르르 몰려 들어가서 장난감이랑 학용품을 고르고 키오스크로 직접 결제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다. 매장도 아기자기해서 나도 이런 분위기면 관리하기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본사 홈페이지를 통해 창업 상담 신청을 남겼고 며칠 뒤 담당자랑 통화를 했다. 대략적인 개설 비용을 안내받았는데 가맹비, 인테리어비, 물건 초도 사입비까지 다 합쳐서 약 4,500만 원에서 6,000만 원 선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했다. 여기에 상가 보증금이랑 나중에 권리금 줘야 할 수도 있는 비용까지 얹으면 1억에 가까운 목돈이 필요했다. 소자본이라는 말에 가벼운 마음으로 덤볐다가 생각보다 큰 비용 단위에 덜컥 겁이 났고, 매달 고정적으로 나갈 임대료에 전기세, 카드 수수료까지 계산해 보니 내 주머니에 남는 게 진짜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생각보다 번거로웠던 상가 계약과 바닥 롤 매트 시공
결국 프랜차이즈 가입은 포기하고 개인으로 자그맣게 준비해 보기로 마음을 바꿨다. 다행히 아파트 단지 뒤쪽 이면도로 상가 1층에 8평 정도 되는 작은 공실이 하나 나와서 덜컥 계약을 맺었다. 인테리어를 직접 해결해야 단가를 낮출 수 있을 것 같아서 셀프 인테리어에 도전했는데, 이게 고생의 서막이었다. 벽면 페인트칠은 어설프게나마 끝냈는데 바닥이 문제였다. 원래 깔려 있던 바닥재가 너무 낡고 때가 타서 새로 깔아야 했다. 아이들이 많이 드나드니까 푹신하면서도 오염에 강한 롤 매트를 깔어주려고 동네 인테리어 가게 세 군데 정도에 연락해서 롤견적을 받아봤다. 업체마다 부르는 가격이 천차만별인 데다가 시공 일정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견적을 비교하고 전화를 돌리는 와중에 왜 내가 이 고생을 사서 하고 있는지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오픈하고 나서 매일 밤마다 휴대폰을 들여다보게 되는 피로감
어떻게든 구색을 갖춰 오픈을 하긴 했는데, 예상했던 평화로운 일상은 오지 않았다. 무인이라서 몸이 편할 줄 알았던 건 내 착각이었다. 퇴근하면 쉴 틈도 없이 매장으로 바로 달려가 널브러진 과자 봉지와 음료수 캔을 치우고, 매대를 정리하는 게 일상이 됐다. 비나 눈이 오는 날에는 애들이 젖은 신발로 바닥을 짓밟고 다녀서 내가 깔아둔 바닥 매트가 금방 시커멓게 변했다. 무엇보다 나를 힘들게 만든 건 수시로 울리는 스마트폰 알림이었다. 혹시 매장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봐 회사 근무 시간에도 수시로 cctv 화면을 켜서 확인하는 나쁜 습관이 생겼다. 청소년 무리가 들어와서 구석에서 속닥거리기만 해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한번은 새벽 2시에 기기 오류로 방범 경보가 울리는 바람에 자다 깨서 부랴부랴 매장으로 뛰어갔던 적도 있다. 신경은 신경대로 쓰이는데 한 달 매출에서 월세랑 전기세 빼고 나면 남는 게 그리 많지 않아서, 이 고생을 계속하는 게 맞나 싶은 의문이 매일 밤 머릿속을 맴돈다.

바닥 롤 매트 시공 진짜 끔찍하겠네요. 시간 낭비는 기본, 몸도 힘들고…
빙구문구 매장 사진 봤는데, 아이들 정말 신나보이네. 운영하는 사람도 쉽지 않았을 텐데 생각하니 마음이 쓰이네.
롤 매트 견적을 받아보니 업체마다 가격 차이가 너무 심했네요. 바닥재 때문에 예상보다 훨씬 복잡한 상황이더라고요.
키오스크 결제하는 아이들 보는 거, 진짜 신기하더라구요. 직접 운영하면 다를지 고민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