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여성창업 지원 사업 공고를 처음 확인했을 때의 기대감
회사 생활을 정리하고 나니 뭐라도 내 일을 시작해야겠다는 조바심이 먼저 들었다. 직장 동료였던 이가 요즘은 국가나 지자체에서 여성들 창업하라고 주는 지원금이 꽤 쏠쏠하다며, ‘경기여성창업플랫폼’ 사이트를 알려주었다. 집에서 가까운 수원 영통 쪽에 경기여성창업보육센터라는 곳이 있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공고문들을 읽어보니, 당장이라도 나 같은 초보자가 그럴듯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수천만 원의 예산을 그냥 쥐어줄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소자본창업이라는 단어가 주는 가벼움에 이끌려, 혼자서 이런저런 아이템을 머릿속으로 굴려보는 것만으로도 며칠 동안은 가슴이 뛰었다. 퇴직금 일부와 그동안 모아둔 돈을 합쳐 대략 5천만 원 선에서 시작해 볼 수 있는 아이템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며, 매일 밤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예비창업패키지 사업계획서 작성이 막막해지기 시작한 시점
하지만 구체적으로 지원 사업 중 하나인 ‘예비창업패키지’의 신청 양식을 다운로드받아 채우기 시작하면서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두 달 동안 밤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노트북을 붙잡고 씨름했지만, 첫 장부터 막혔다. 내가 생각한 것은 그저 동네에서 조금 특색 있는 친환경 비누나 소품을 파는 1인사업 수준의 온라인 몰이었는데, 사업계획서 양식은 무슨 거창한 플랫폼 비즈니스나 대단한 기술 특허라도 있어야 할 것처럼 적어야 했다. 시장 규모를 수치로 증명하라는 둥, 글로벌 시장 진출 계획을 적으라는 둥의 요구 사항들은 회사에서 보고서나 쓰던 내 미천한 경험으로는 도저히 메울 수 없는 빈칸이었다. 컨설팅을 받아볼까 싶어 사설 업체를 알아보니 그 비용도 만만치 않았고, 무엇보다 내 아이디어가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도 스스로 확신이 서지 않았다.
창업경진대회 수상작들을 찾아보고 느낀 현실적인 괴리감
내 아이디어가 너무 초라한가 싶어, 포털 사이트에서 지난 경기 여성창업 경진대회 수상작들의 리스트를 찾아보았다. 바이오 기술이나 AI를 접목한 육아 앱, 혹은 환경 친화적 신소재 개발 같은 고난도의 아이템들이 상을 휩쓸고 있었다. 내가 하고자 했던 일들은 그저 생활밀착형 서비스나 평범한 소매업에 불과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 말하는 ‘여성 창업’의 범주는 생각보다 훨씬 거대하고 전문적이었다. 평범한 전업주부나 경력이 끊긴 여성들이 소소하게 자영업으로 자립할 수 있게 돕는 모델이라기보다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창업가들의 스타트업 육성에 가까워 보였다. 결국 내가 쓴 서류는 제출 기한을 며칠 앞두고 폴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버렸다.
프랜차이즈 창업으로 눈을 돌리며 비교해 본 개설 비용과 매장 운영 방식
정부 지원금을 포기하고 나니, 결국 내가 직접 돈을 투자하는 프랜차이즈 창업으로 관심이 쏠렸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보다는 이미 시스템이 갖춰진 가맹점이 훨씬 안전할 것이라는 타협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금이 문제였다. 내가 가진 예산은 5천만 원 남짓인데, 이름이 좀 알려진 디저트 카페나 분식 브랜드의 가맹을 개설하려면 최소 1억 2천만 원에서 1억 5천만 원 이상의 초기 비용이 필요했다. 보증금과 권리금까지 합치면 그 액수는 더 불어날 것이 뻔했다. 은행 대출을 껴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덜컥 겁이 났다. 대출 이자를 감당하면서 매달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을지, 만약 장사가 안되면 그 빚은 어떻게 갚아야 할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 때문에 밤에 쉽게 잠들지 못했다.
담가화로구이 같은 고깃집 가맹점 문의를 해보고 깨달은 체력적 한계
아는 지인이 요즘은 고깃집 프랜차이즈가 마진율 면에서 낫다며 ‘담가화로구이’라는 브랜드를 추천해 주었다. 마침 성남 분당 쪽에 매장이 있어서 주말에 남편과 함께 손님인 척 밥을 먹으러 가보았다. 고기 맛도 괜찮았고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테이블이 꽉 차 있었다. 하지만 매장 구석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점주와 직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내가 저 일을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 뜨거운 화로를 나르고, 숯불을 관리하고, 밀려드는 손님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며 하루에 최소 10시간 이상 서서 일해야 하는 환경이었다. 가맹점 개설 담당자에게 슬쩍 문의 전화를 걸어 대략적인 비용과 본사 지원 시스템을 물어보았으나, 결국 직접 매장을 지키며 몸으로 때우지 않으면 인건비로 다 나가서 남는 게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저질 체력에 관절도 좋지 않은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노동 강도라는 생각이 들어 또 한 번 머리가 복잡해졌다.
결국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걷는 날들
그렇게 서류 작업에 진을 빼고, 가맹점 상담을 받고 돌아다닌 지 벌써 서너 달이 훌쩍 지나갔다. 처음에는 금방이라도 내 가게를 열고 사장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내 방 책상 앞에 앉아 인터넷 창업 카페의 글들을 무의미하게 새로고침하는 것에 머물러 있다. 소액투자로 가능한 1인사업을 다시 알아봐야 할지, 아니면 그냥 위험 부담을 안고 대출을 받아 프랜차이즈에 올인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남들은 쉽게 결정을 내리고 가게를 턱턱 오픈하는 것 같은데, 왜 나는 이 사소한 첫걸음조차 떼지 못하고 망설이고만 있는지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여전히 내 통장 잔고는 그대로고, 모니터 화면에는 열어둔 창업 관련 탭만 수십 개가 쌓여 있다.

5천만 원이면 가능성도 있을 것 같았는데, 사업 계획서 작성부터가 너무 복잡하게 느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