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자리를 보러 다니다가 문득 든 생각
친구가 요즘 외식업 쪽이 힘들긴 해도 돌아가는 곳은 계속 돌아간다면서 프랜차이즈 이야기를 꺼내더라. 굳이 내 레시피를 개발할 필요도 없고, 본사에서 물류 다 보내주고 POS 시스템까지 척척 다 세팅해주니까 초보가 하기엔 나쁘지 않겠다는 말이 은근히 귀에 박혔다. 그래서 주말에 맘 먹고 돌아다녀 봤는데, 일단 위치 좋은 곳은 월세가 보증금 5천만 원에 월 300만 원은 우습더라. 이게 매출을 얼마나 올려야 수익이 남는 건지 감이 안 잡혀서 머리가 지끈거렸다. 예전에 친구가 운영하던 닭똥집 가게도 그렇고, 요즘은 두찜 같은 찜닭 프랜차이즈가 그나마 운영 안정적이라며 권하던데 막상 눈앞의 숫자들을 보니 시작하기도 전에 기가 빠졌다.
메뉴얼이 있으면 정말 편할까
프랜차이즈 상담을 몇 군데 다녀보니 다들 하는 말이 비슷하다. 조리 과정이 표준화되어 있어서 요리 못 하는 사람도 가능하다고. 심지어 콜센터 주문이랑 배달 앱 연동까지 씨엔티테크 같은 곳에서 전산화해주니 운영 자체가 깔끔해 보였다. 솔직히 나처럼 덜렁대는 사람은 매번 레시피 맞추느라 고생하는 것보다 본사에서 주는 소스 부어서 만드는 게 훨씬 나을 것 같긴 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다. 이렇게 누구나 똑같이 만들 수 있는 맛이라면 결국 경쟁은 배달 앱 순위 싸움이나 쿠폰 전쟁으로 가는 거 아닐까? 실제로 배달 앱 켜서 근처 음식점 순위 보면 리뷰 이벤트 달린 곳들이 상단을 다 차지하고 있던데, 거기 끼려면 나도 매달 광고비 꽤나 태워야 할 것 같다.
비용 구조라는 늪
창업 박람회 가서 가맹비랑 인테리어 비용 대충 견적 내보니 소자본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돈이 들어간다. 재고 부담이 낮다는 말을 믿고 싶지만, 결국 남는 건 인건비 떼고 재료비 떼고 나면 생각보다 얼마 안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어떤 사람은 초기 투자금 뽑는 데 2년은 걸린다고 하던데, 그 2년 동안 매일 새벽까지 닭 씻고 소스 붓고 배달 나갈 생각 하니 갑자기 현타가 왔다. 100조 원대 잭팟 터뜨린 사모펀드 이야기처럼 거창한 투자가 아니더라도, 내 작은 가게 하나 차리는 게 왜 이렇게 복잡하고 얽힌 게 많은 건지 모르겠다. 론 셰프니 뭐니 하는 게임 속 요리사처럼 클릭 한 번으로 레시피가 해결되면 얼마나 좋을까 싶기도 하고.
결론이 없는 고민의 연속
결국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 안에서 폰으로 이런저런 창업 커뮤니티를 뒤져봤다. 다들 하는 소리가 ‘본사 배만 불려준다’거나 ‘직접 하면 더 힘들다’는 식의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라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 그렇다고 내가 뭐 엄청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회사를 계속 다니자니 그것도 마땅치 않고. 참 애매하다. 무자본으로 사업 아이템 찾는다며 돌아다녔는데, 결국 들어가는 건 돈보다 내 시간이랑 체력이라는 결론만 남았다. 오늘도 배달 앱으로 찜닭 시켜 먹으며 생각했다. 남이 해주는 밥 먹는 게 제일 편하긴 한데, 이걸 내가 직접 만들어서 남들한테 팔 생각 하니까 벌써부터 손목이 아픈 것 같다. 다음 주에 또 다른 프랜차이즈 박람회 가보기로 했는데, 안 가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배달 앱 순위 경쟁이라니, 사실 닭볶음탕 레시피가 워낙 대중화된 거라서 그게 오히려 큰 약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월세 보다가 생각했어. 5천만 원이면 진짜 고민이 많을 것 같아.
배달 앱 경쟁 때문에 레시피 외에도 운영 전략이 중요한 문제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