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가맹점 계약서랑 정보공개서 들여다보다가 지쳐버린 날

요즘 들어 부쩍 여기저기서 프랜차이즈 창업 이야기가 들린다. 친구 녀석 하나가 대뜸 스테이크 프랜차이즈를 해보겠다고 신규창업대출까지 알아보고 다니길래, 예전에 뭣 모르고 뛰어들었다가 고생했던 기억이 나서 말리려다 말았다. 사실 말린다고 될 일도 아니고, 본인이 직접 부딪쳐 봐야 정신을 차리는 법이니까. 그냥 옆에서 커피나 한 잔 사주면서 몇 가지 툭툭 던져줬는데, 그게 다 잔소리로 들렸을지 모르겠다.

정보공개서라는 게 참 읽기 싫게 생겼다

한 2년 전쯤인가, 나도 한식 프랜차이즈 하나 해보겠다고 정보공개서를 처음 받아봤었다. 그때 그 두께가 거의 전공 서적 한 권 분량이었다. 이걸 다 읽고 이해하고 계약을 하라는 건지, 아니면 그냥 서류상으로 요식행위 하라는 건지 솔직히 감도 안 잡혔다. 정보공개서에 차액가맹금이 얼마인지, 인테리어 비용은 대략 얼마 정도 드는지 적혀 있는데, 이상하게도 매장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자잘한 비용들은 쏙 빠져 있는 느낌이었다. 내가 처음 상담받았던 곳은 오픈 초기 비용만 1억 원 가까이 불렀는데, 이게 보증금이랑 권리금 빼고도 그 정도니 참 막막했던 기억이 난다. 대출 이자 갚을 생각 하면 잠이 안 오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싶다.

매장 인테리어랑 렌탈 장비가 생각보다 골치였다

막상 계약하고 나면 끝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지정한 렌탈 사이트에서 주방 기기를 맞추라고 하는데, 이게 시장가보다 비싼 경우가 태반이다. 왜 그런지 물어보면 규격이 어쩌고, AS가 저쩌고 하는데 솔직히 그냥 본사 배 불려주는 거 아닌가 싶을 때가 많았다. 송내역 근처에서 국밥집 하는 지인도 인테리어 업체 때문에 속을 썩였는데, 본사에서 지정한 업체가 아니면 오픈 승인이 안 난다는 식으로 나오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진행하더라. 나도 그때 냉장고랑 식기 세척기를 렌탈로 들였다가, 나중에 폐업할 때 위약금 때문에 머리털 다 빠질 뻔했다.

법인 청산 과정은 정말이지 지옥이다

결국 버티다 버티다 문을 닫기로 결정했을 때, 제일 큰 고비는 매물 내놓는 게 아니었다. 법인 청산 절차를 밟는데 이게 돈도 돈이고 시간도 너무 많이 걸렸다. 서류 떼고 세무서 들락거리고, 빚 정리하느라 법무사 사무실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그 과정에서 ‘애초에 내가 왜 이걸 시작했을까’ 하는 후회보다는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 놨을까’ 하는 짜증이 더 컸던 것 같다. 가맹사업법이고 뭐고 다 좋은데, 정작 사람 하나 나가떨어질 때는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그 냉정한 현실이 참 씁쓸했다.

요즘 뜨는 브랜드라고 다 좋은 건 아니다

요즘은 중국 밀크티 브랜드나 카레 프랜차이즈 같은 것들이 새로 들어온다고 난리다. 건대입구 쪽만 나가봐도 매달 새로운 간판이 달리고, 또 금방 바뀌어 있다. 사람들이 줄 서서 먹는다고 해서 나도 한번 해볼까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긴 하다. 그런데 막상 데이터 뜯어보면 오픈 초기 반짝하고 나면 유지비가 어마어마하다는 걸 이제는 안다. 농어촌이나 특정 지역에서는 시범사업으로 월 15만 원씩 지원해 줘서 상권이 조금 살아났다는 뉴스도 보는데, 도시 한복판에서 살아남는 거랑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 같다.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남은 찝찝함

친구는 여전히 스테이크집 자리를 알아보러 다닌다. 내가 겪었던 실패가 그 친구한테는 타산지석이 될지, 아니면 그냥 남의 일처럼 들릴지 모르겠다. 가끔은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보내주는 그 번지르르한 홍보물을 보면 ‘혹시 이번에는 다를까’ 하는 멍청한 기대가 들기도 한다. 하지만 계약서 한 장 읽을 때마다 느껴지는 그 서늘한 기분은 도무지 가시질 않는다. 다음에 또 뭘 하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꼼꼼하게 따져봐야지 다짐하지만, 막상 시작하면 또 정신없이 휩쓸려 다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정답이 없다는 게 어쩌면 이 창업이라는 판의 가장 무서운 점인지도 모르겠다.

“가맹점 계약서랑 정보공개서 들여다보다가 지쳐버린 날”에 대한 2개의 생각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