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두고 작은 음식집이라도 열어보려던 시작 단계
회사 생활을 10년 가까이 하다가 몸도 마음도 지쳐서 퇴사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였다. 내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 번쯤 품는 법이지만, 막상 기술도 없고 특별한 재능도 없는 평범한 직장인에게 선택지는 넓지 않았다. 그나마 진입장벽이 낮아 보이는 게 음식집 창업이었다. 인터넷에 여자창업이나 소자본 1인 창업 같은 키워드를 검색해보면 엄청나게 많은 브랜드와 성공 사례들이 쏟아져 나왔다. 나도 처음에는 조그만 김밥집이나 떡볶이집 하나 차려놓고 혼자서 소소하게 운영하면 직장 상사 눈치 안 보고 마음 편히 일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게 얼마나 안일한 생각이었는지는 발품을 팔기 시작하면서 금방 깨닫게 되었다. 프랜차이즈 박람회도 가보고 인터넷 카페에서 창업 선배들의 실패담을 밤새 읽으면서 점차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수원 영통 학원가 이면도로 상권을 둘러보며 느낀 임대료 부담
조금이라도 임대료를 아껴보겠다고 큰 대로변 대신 골목길 위주로 자리를 찾아다녔다. 내가 가본 곳은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의 학원가 뒤편 이면도로 쪽이었다. 학생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이라 분식이나 도시락 같은 가벼운 음식집을 하기에 딱 좋아 보였다. 하지만 막상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몇 군데 돌며 매물을 확인해보니 숨이 턱 막혔다. 권리금은 둘째 치고 보증금이랑 매달 내야 하는 월세가 내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골목 안쪽 구석진 자리인데도 학생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이라는 이유로 월세가 200만 원 이하인 곳이 드물었다. 매출을 얼마나 올려야 월세를 내고 재료비를 빼고 내 인건비를 가져갈 수 있을지 계산기를 두드려보는데 도저히 답이 안 나왔다. 겉보기엔 한산해 보이는 자리도 뒷돈이나 숨겨진 조건들이 있어서 부동산 문을 나설 때마다 피로감이 밀려왔다.
토마토도시락 가맹본사 상담에서 들었던 실제 개설 비용의 차이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비교적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토마토도시락 가맹점에 관심이 생겨 본사 창업 상담을 예약했다. 홈페이지에서는 소액으로도 충분히 창업이 가능하다고 광고하길래 약간의 기대를 품고 있었다. 하지만 상담 테이블에 마주 앉아 가맹팀장이 보여주는 세부 견적서를 받아 든 순간 한숨부터 나왔다. 가맹비와 교육비, 보증금에 인테리어 비용까지 합치니 기본적으로 7,500만 원 안팎의 돈이 필요했다. 여기에 주방 설비 추가하고 간판 달고 전기 승압 공사 같은 필수 옵션들을 이것저것 더하다 보니 금세 9,000만 원 가까이로 불어났다. 이게 끝이 아니라 가게 보증금과 초도 물품비까지 생각하면 사실상 1억 원은 훌쩍 넘는 자금이 있어야 안정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구조였다. 내가 가진 적금과 퇴직금을 털어 넣어도 한참 모자라는 금액이라 첫 단추부터 삐걱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하루 13시간 노동을 버텨야 하는 1인 창업의 체력적 한계
상담사는 1인 창업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요즘은 키오스크와 반조리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초보자도 혼자서 다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실제로 매장을 운영하는 가맹점주들의 현실적인 일과표를 들어보니 기가 질렸다. 아침 8시 반에는 가게에 나와서 재료를 밑준비하고 밥을 쳐야 했다. 오전 11시부터 본격적인 점심 배달과 홀 손님이 들이닥치기 시작하면 쉴 틈 없이 프라이팬을 돌려야 한다. 오후 브레이크 타임에도 재료를 다시 채워 넣고 설거지를 해야 해서 제대로 쉬지 못한다. 저녁 장사를 마치고 청소와 마감 정리까지 끝내면 밤 9시 반이나 10시가 된다. 하루에 꼬박 13시간 가까이 좁은 주방에서 서서 일해야 하는 셈이다. 주 6일을 이렇게 일하다가는 돈을 벌기도 전에 몸이 먼저 망가지겠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아르바이트를 한 명 쓰자니 마진율이 깎여 내 수입이 줄어들고, 혼자 버티자니 체력적으로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무인 밀키트 전문점과 비교했을 때 마진율보다 뼈아프게 다가온 인건비 문제
도저히 몸으로 다 때우는 음식집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서 한동안 유행했던 담꾹 같은 무인 밀키트 전문점 창업도 잠시 비교해 보았다. 무인은 확실히 노동 시간이 하루에 2~3시간 정도로 적고 손님이 알아서 결제해가니 사람 상대하는 스트레스가 덜해 보였다. 그러나 마진율 면에서는 직접 요리를 해서 파는 도시락이나 분식집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밀키트는 본사에서 완제품 형태로 납품받아 단순 진열만 하는 경우가 많아 마진율이 20% 안팎에 불과했다. 반면 일반 음식집은 원재료 비율을 낮추면 40% 이상의 마진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몸을 갈아 넣어 마진을 높일 것인가, 아니면 마진을 덜 가져가더라도 편하게 운영할 것인가의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 최저임금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혹시라도 직원을 써야 하는 상황이 오면 그나마 남는 마진마저 인건비로 다 나가버릴 게 뻔해서 계산이 더 복잡해졌다.
결국 계약서 도장을 찍지 못하고 돌아와 여전히 고민만 깊어지는 상태
몇 번의 전화 상담과 현장 방문 끝에 가맹본사에서는 가계약이라도 맺자고 계속 연락이 왔다. 좋은 상권의 자리가 금방 나간다는 전형적인 영업 멘트였지만, 내 마음은 오히려 점점 더 차갑게 식어갔다. 내 모든 재산을 털어 넣고 하루의 대부분을 가게에 저당 잡힌 채 매달 월세와 인건비 걱정에 시달릴 내 미래를 상상하니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남들은 용기 있게 사표 던지고 창업해서 대박도 낸다는데, 나는 왜 이렇게 겁이 많고 재기만 하는지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결국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은 채 통화를 마무리 지었고, 지금은 다시 원래의 지루한 회사 일상으로 돌아와 있다. 하지만 출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틈만 나면 여전히 무인 창업이나 소자본 프랜차이즈 정보를 검색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아직도 내가 정말 내 사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그냥 회사 밖의 현실이 무서워서 도망치고 싶은 것뿐인지 잘 모르겠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처음엔 꿈처럼 느껴졌는데, 실제 운영 방식이 생각보다 훨씬 힘들다는 걸 깨달으면서 좀처럼 마음을 닫지 못하더라고요.
토마토도시락의 초기 비용이 생각보다 훨씬 높았다는 점이 인상적이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자본금 외에 정신적인 부담도 크게 느꼈습니다.
인건비 생각만 해도 정말 힘들겠네요. 저도 잠깐 아르바이트 할 때 새벽부터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거 보니 몸이 안 좋아지는 게 느껴졌어요.
점심 배달 때문에 진짜 힘들었겠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창업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