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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엑스 창업박람회에 갔다가 마음만 복잡해져서 돌아온 날

지난주에 친구랑 같이 코엑스 창업박람회에 다녀왔다. 별다른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고, 요즘 물가도 너무 오르고 월급만으로는 답이 안 나온다는 이야기가 계속되니까 그냥 한번 구경이나 가보자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입구부터 사람들이 정말 많더라. 주말이라 그런지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도 보였고, 다들 눈빛이 꽤나 진지해서 괜히 나까지 긴장되는 기분이었다.

숯불갈비랑 양곱창 부스가 생각보다 많더라

안으로 들어가 보니 소고기 프랜차이즈부터 닭갈비 체인점까지 정말 다양했다. 유독 눈에 띄는 건 고기 쪽이었다. 예전에는 그냥 치킨집이나 카페가 많았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숯불갈비나 양곱창 같은 메뉴를 내세운 곳들이 꽤 공격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었다. 시식 코너도 곳곳에 있었는데, 한 곳에서 먹어본 갈비는 확실히 맛은 있었다. 근데 직원이 옆에서 계속 옆에 매장을 하나 내는 데 드는 대략적인 초기 비용이 1억 중반대라고 강조하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입맛이 싹 가시더라. 인건비에 식재료 가격까지 다 고려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니 고기 한 점 편하게 씹기가 어려웠다.

무한리필 고깃집은 이제 좀 지겨운 느낌

한쪽에서는 무한리필 고깃집 컨셉의 프랜차이즈들도 몇 보였다. 예전에는 학생 때 자주 가던 곳이라 반가운 마음도 있었는데, 요즘은 고물가 시대라 그런지 마진율 맞추기가 얼마나 힘들지부터 상상하게 됐다. 환율 때문에 수입산 소고기나 돼지고기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는데, 과연 무한리필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품질까지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상담해주시는 분은 메뉴 구성이 효율적이라 괜찮다고 했지만, 왠지 다들 비슷비슷해 보여서 큰 매력을 느끼기 어려웠다. 쪽신치왕 같은 독특한 이름의 브랜드도 있었지만, 이런 건 금방 유행이 지나갈 것만 같다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농업법인 설립까지 고민해야 하는 단계인가

상담을 몇 번 받다 보니 닭갈비 체인점이나 고깃집을 넘어서 식재료 수급 문제로 농업법인 설립까지 조언해 주는 곳도 있었다. 단순히 가게를 여는 게 문제가 아니라, 안정적인 유통망을 갖추는 게 핵심이라나 뭐라나. 듣고 있으면 그럴듯하지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인지 점점 자신이 없어졌다. 박람회장을 돌아다니는 동안 버거 프랜차이즈들이 줄줄이 가격을 올린다는 뉴스가 떠올랐다. 원재료 값이 오르면 결국 끝단에 있는 점주만 죽어나는 구조 아닐까 싶어서 속이 답답했다.

전시장을 나오면서 든 묘한 불안함

한 3시간 정도 돌아다녔나, 다리가 아파서 결국 근처 카페에 들어갔다. 친구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 결론은 ‘직장이 최고다’라는 뻔한 소리로 끝났다. 박람회장 안에서는 다들 대박이 날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막상 그 안에서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계산해보니 머리만 복잡해지더라. 오히려 아무것도 안 하고 지금처럼 그냥 조용히 월급을 받는 게 정신 건강에는 나을지도 모르겠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 안에서 핸드폰으로 창업 관련 카페 글들을 좀 찾아봤는데, 성공담보다는 현실적인 고충 토로가 더 많아서 마음이 더 착잡했다.

다음엔 이런 곳에 다시 올까 싶기도 하고

다음에 또 이런 박람회를 갈 일이 있을까 싶다. 무언가 명확한 해답을 찾길 기대했던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이렇게 막막한 기분으로 돌아오고 싶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박람회장 조명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내 마음이 지친 건지 모든 게 화려해 보이면서도 동시에 공허하게 느껴졌다. 굳이 돈을 써가며 이렇게까지 고민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일단은 내일 출근이나 걱정해야겠다. 그냥 평범하게 고기나 사 먹으러 다니는 손님으로 남는 게 제일 속 편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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