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 반 걱정 반으로 찾아간 본사
요즘 주변에서 다들 퇴사하고 뭐라도 해보라는 분위기라 고민이 많았다. 소고기 전문점은 엄두가 안 나고, 만만한 게 삼겹살 프랜차이즈 같아서 몇 군데 상담을 예약했다. 사실 창업 설명회라고 해서 거창하게 준비했는데, 막상 가보니 무슨 공장 견학하는 기분이더라. 강남 한복판에 있는 으리으리한 건물 15층이었는데,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상담해주시는 분은 웃는 얼굴로 “사장님, 지금이 딱 적기예요”라고 하시는데, 그 ‘사장님’ 소리가 왠지 낯설고 어색해서 손만 꼼지락거렸다.
상담 내내 들었던 수치들
가맹비랑 인테리어 비용 합치니까 대략 1억 5천만 원에서 2억 정도는 있어야 안정적으로 시작한다고 했다. 내가 모아둔 돈이랑 대출을 영혼까지 끌어모아도 빠듯한 금액이다. 그분은 수익률 표를 보여주며 ‘요즘 뜨는 프랜차이즈’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수익률 계산법이 너무 장밋빛 같아서 좀 의심스러웠다. 실제로 고기 원가나 인건비 비중은 생각보다 높아 보였다. 옆에서 들리는 다른 테이블 상담 소리는 더 가관이었다. 거기는 이미 계약 직전인지 목소리가 커졌는데, 상담사가 아주 비장하게 “우리 브랜드는 실패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단언하더라. 그 자신감이 오히려 무섭게 느껴졌다.
친절했던 태도가 계약 후엔 변할까 봐
인터넷에서 본 글 중에 상담할 땐 세상 친절하다가, 막상 도장 찍고 나면 답변도 느리고 나 몰라라 한다는 내용이 계속 떠올랐다. 오늘 상담해주신 분도 말하는 내내 본사 시스템이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 강조했다. 24시간 물류 배송에 교육 지원까지 완벽하다는데, 그게 정말 매장 운영할 때도 똑같이 적용될지 의문이다. 사실 내가 진짜 궁금했던 건 ‘장사 안될 때 어떻게 버티느냐’였는데, 그 질문을 던지니까 대답을 슬쩍 피하고 다시 매출 그래프만 가리키더라.
주변 상황과 비교해보니 더 막막하다
비슷한 시기에 먼저 식당 창업한 친구는 요즘 인력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하소연이다. 나더러 “차라리 돈 더 보태서 자동화 시스템 잘 갖춰진 곳으로 가라”는데, 자동화가 무슨 마법도 아니고 그만큼 기계 값은 또 얼마나 비싸겠나. 상담 끝내고 집에 오는 길에 우리 동네 고깃집들을 유심히 살펴봤다. 한 집은 사람이 바글바글한데, 바로 건너편 가게는 파리만 날리고 있다. 같은 삼겹살 파는데도 저렇게 차이가 나는데, 내가 브랜드 이름 하나 보고 들어간다고 정말 성공할 수 있을까 싶다.
일단 한 발 물러서기로 했다
결국 계약서에 도장 찍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담았다. 상담비 명목으로 따로 낸 건 없지만, 오늘 쓴 시간과 에너지만으로도 이미 기가 다 빨린 기분이다. 2억 가까운 큰돈을 들여서 남의 매뉴얼대로 장사하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그냥 조용히 직장 다니면서 고민을 더 해봐야 하는 건지 결론이 안 난다. 상담사가 준 브로슈어는 가방 구석에 처박아뒀다. 당장 내일이라도 다시 연락 올 것 같은데, 뭐라고 거절해야 할지 벌써 걱정이다. 그냥 당분간은 아무것도 안 하고 지켜보기로 마음먹었다.

자동화 시스템 이야기는 정말 현실같네요. 제 친구도 비슷한 사업을 생각하고 있는데, 초기 투자 비용 때문에 고민이 많아요.
수익률 표에 너무 의존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고기 가격 변동 때문에 실제 수익이 크게 달라질 수도 있거든요.
수익률 표가 너무 과장된 것 같아서, 고기 원가나 인건비 비중을 직접 확인해볼 필요가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