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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새로 생긴 체인점에 갔다가 묘한 기분만 남았다

집 앞 골목에 들어선 익숙한 간판

며칠 전부터 집 근처 상가에 가림막이 쳐져 있더니, 기어이 익숙한 로고가 박힌 프랜차이즈 식당이 들어섰다. 예전에는 이름도 잘 모르는 개인 식당이 있던 자리였는데, 공사 기간이 생각보다 짧아서 놀랐다. 인테리어를 새로 하는 건지 뜯어고치는 건지 며칠 밤낮으로 뚝딱거리더니 어느새 오픈 준비를 마쳤다. 사실 이 동네에 대기업 체인점이 들어오는 게 처음은 아니다. 이미 한 블록 건너 하나씩 편의점이나 커피 전문점은 널려 있으니까. 그런데 유독 이번 식당은 내 마음을 조금 복잡하게 만들었다. 퇴근길에 슥 지나가 보니 벌써 오픈 이벤트라고 풍선을 달아놓았더라. 나도 모르게 홀린 듯 들어가서 키오스크 앞에 서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낯선 듯 익숙한 키오스크의 불친절함

들어가자마자 사람보다 먼저 맞이하는 건 역시 키오스크였다. 요즘은 이게 없으면 주문이 아예 안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메뉴판을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사진은 다 먹음직스럽게 찍어놨지만 실물은 어떨지 가늠이 안 됐다. 족발 정식 하나를 골랐는데 가격이 14,000원이다. 예전에 시장에서 사 먹던 족발 가격을 생각하면 조금 비싼 것 같기도 하고,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또 적당한 것 같기도 해서 한참을 고민했다. 결국 결제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옆 테이블에 앉은 다른 손님들도 다들 키오스크 앞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다들 똑같이 ‘어떻게 하는 거지?’라는 표정으로 서 있다가 직원에게 물어보는 모습이 어딘가 좀 짠했다. 편하려고 쓰는 시스템이라는데, 오히려 사람이 더 긴장하게 만드는 건 왜일까 싶었다.

10분 만에 나온 표준화된 맛의 기록

자리에 앉은 지 10분도 안 되어 음식이 나왔다. 정말 빠르긴 하다. 주방 안쪽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쟁반 하나가 툭 하고 나왔다. 맛은 정확히 예상했던 그 맛이다. 나쁘지도 않고 아주 뛰어나지도 않은, 전형적인 프랜차이즈의 정석 같은 맛. 집 근처에 있는 다른 코다리 전문점이나 파스타 체인점에서 느꼈던 그 익숙함이 여기서도 똑같이 느껴졌다. 가끔은 이런 표준화된 맛이 안심이 될 때도 있지만, 오늘은 왠지 모르게 허전했다. 같이 곁들여 나온 밑반찬들도 공장에서 찍어낸 듯 정갈했지만, 정감은 없었다. 시장 골목에서 투박하게 썰어주던 족발의 온기가 그리워지는 맛이라고 해야 할까.

동네 상권의 변화와 개인적인 피로감

밥을 먹고 나오는 길에 가게 유리창을 보니 ‘가맹점주 모집’이라는 작은 문구가 붙어 있었다. 요즘 창업이 워낙 어렵다 보니 이런 식으로 안정적인 브랜드를 선택하는 게 당연한 순리라는 건 알겠다. 근데 50대 언저리가 되어가는 입장에서는 이게 마냥 좋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내가 예전에 좋아했던 작은 가게들은 하나둘 사라지고, 그 자리를 이런 깔끔하고 똑같은 식당들이 채우는 과정이 왠지 모르게 나를 피곤하게 만든다. 아마 나중에 내 자식들이나 지인들에게 ‘거기 맛집이야’라고 말할 때, 이 식당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냥 ‘그 자리 새로 생긴 거기’라고밖에 불리지 않을 것 같아서 조금 씁쓸했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들

다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우리가 이런 편리함에 너무 길들여진 건 아닐까? 아니면 애초에 시장이나 골목식당의 개성이란 건 현대 사회에서 유지되기 힘든 사치인 걸까. 식당 문을 나서면서 느꼈던 묘한 불편함이 어디에서 기인한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가격이 비싸서도 아니고, 맛이 없어서도 아니다. 그냥 너무 완벽하게 짜여진 각본 속에서 식사를 마친 기분이랄까. 다음번에는 좀 더 낡고 허름한 곳을 찾아가 봐야겠다고 다짐하지만, 막상 퇴근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나면 또다시 이런 깔끔한 체인점을 찾게 될 것만 같다. 그날 밤은 유난히 동네가 낯설게 느껴졌다.

“동네에 새로 생긴 체인점에 갔다가 묘한 기분만 남았다”에 대한 4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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