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창업이라는 말에 혹해서 시작했던 시장 조사
직장을 그만두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조급함이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게 무인 빨래방이었다. 지나다니면서 보면 사람도 없는데 기계는 바쁘게 돌아가고, 나도 저런 거 하나 차려놓으면 일주일에 한두 번만 들러서 동전이나 수거하고 청소만 살짝 하면 되겠거니 하는 안이한 생각이 앞섰다. 동네 골목길 빌라 밀집 지역의 후미진 상가 1층 매물이 보증금 2천에 월세 90만 원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바로 관련 프랜차이즈 상담부터 신청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집에서 쓰는 드럼세탁기 조금 큰 거 몇 대 들여놓고 인테리어 대충 가벽 몇 개 세워서 깔끔하게 해놓으면 끝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미팅을 진행하고 현실적인 가맹비와 설비 견적을 받아보니 내가 생각했던 예산과는 전혀 다른 숫자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훨씬 비쌌던 수입 상업용 세탁기 가격
가장 먼저 나를 당황하게 만든 건 코인세탁기가격 그 자체였다. 집에서 쓰는 세탁기는 비싸 봐야 200만 원 안팎이니까 업소용도 대당 300~400만 원이면 충분히 사고도 남을 줄 알았다. 그런데 무인 빨래방 매장에서 흔히 쓰는 수입 상업용 세탁기, 예를 들어 프리머스(Primus)나 입소(IPSO) 같은 벨기에나 미국산 대용량 제품은 대당 가격이 800만 원에서 1,200만 원을 호가했다. 비교를 위해 국산 브랜드인 LG의 상업용 세탁기 라인업도 알아봤지만, 내구성과 용량 면에서 수입 대형 장비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워 보였고 그마저도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세탁기 3대에 건조기 3대만 기본 세트로 놔도 기계값으로만 벌써 5천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계산이 나왔다. 여기에 동전 교환기나 카드 결제용 키오스크 같은 부가적인 시스템까지 추가하니 기계값만으로 예산이 바닥날 지경이었다.
가스건조기 설치 때문에 겪었던 건물주와의 골치 아픈 협상
단순히 세탁기를 사고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빨래방의 핵심은 세탁보다 오히려 빠른 건조에 있는데, 회전율을 높이려면 가스를 사용하는 대형 건조기가 필수적이라는 조언을 들었다. 그런데 가스건조기를 설치하려면 건물 외벽으로 직경이 큰 연통을 길게 빼야 하고 건물 내부 가스 배관 공사도 대대적으로 새로 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건물주를 설득하는 게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다. 외벽에 구멍을 뚫는 공사이다 보니 건물주는 노후된 건물이 망가진다며 질색을 했고, 혹시 모를 가스 안전 사고나 냄새 민원 때문에 주변 빌라 주민들이 항의할까 봐 걱정했다. 가스안전공사의 사전 인허가와 설치 승인을 받고 최종 공사를 진행하는 데만 대기 시간 포함해서 최소 한 달 이상 소요된다는 소리를 듣고 벌써부터 진이 다 빠졌다.
전기식과 가스식 사이에서 고민했던 효율성 문제
가스 배관 공사 허가가 나지 않을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서 전기식 대용량 건조기도 비교해 보았다. 전기식은 별도의 연통 설치가 비교적 간단하고 가스 배관을 따로 끌어오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소비 전력이 워낙 높아서 상가 건물 자체의 전기 계약 전력을 최소 30kW 이상으로 증설해야 했다. 이 증설 공사 비용과 한전에 내야 하는 불입금만 해도 수백만 원이 추가로 깨지는 셈이었다. 게다가 전기식은 건조 성능 면에서 가스식보다 건조 시간이 15분 이상 더 걸렸다. 손님 입장에서는 빨래방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니 결국 매장 회전율에도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가스식은 30분이면 뽀송하게 마를 이불 빨래가 전기식으로는 45분 넘게 걸린다면 손님들이 다시 찾을 리 만무했다. 기계 가격도 비싼데 이런 보이지 않는 설비 공사 비용들이 매장 오픈 비용을 계속해서 끌어올렸다.
결국 오픈을 포기하고 나서도 계속 남는 미련
결국 나는 보증금과 인테리어비, 기계값에 각종 설비 및 인허가 비용까지 더해진 최종 견적서를 받아 들고 조용히 마음을 접었다. 원래 생각했던 총 창업 비용인 7천만 원을 훌쩍 넘어 거의 1억 2천만 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무리하게 대출받아 시작했다가는, 매달 나가는 이자와 대출 원금, 임대료와 높은 가스 요금을 감당하며 버틸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동네 골목을 지나다가 노란 불빛이 켜진 24시간 무인 빨래방을 보면 왠지 모를 아쉬움과 미련이 남는다. ‘그때 이왕 시작할 거 질러버릴 걸 그랬나’, ‘요즘엔 세탁기 기계 가격이 조금 낮아졌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다가도, 매달 돌아오는 관리비와 기계 고장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차라리 그때 포기하길 잘했다는 복잡한 마음이 든다.

전기 건조기 초기 투자비 생각하면, 상가 전기 계약 30kW 이상은 정말 큰 문제였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으로 사업 아이템 차근차근 검토해야겠다는 교훈 얻었습니다.
프리머스 같은 세탁기 가격 보고 깜짝 놀랐네요. 용량 대비 가격이 정말 많이 올라서, 초기 투자비 때문에 사업 계획이 완전히 틀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전기 건조기 가격만으로도 이미 계산이 복잡했는데, 연통 설치까지 고려하면 정말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