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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수학을 봐주다가 결국 문제집을 다 버리고 싶어졌다

어쩌다 시작된 초등 수학의 늪

얼마 전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서 수학 문제를 봐주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처음에는 교과서 옆에 앉아서 가볍게 훑어주는 정도였는데, 점점 문제집의 두께가 두꺼워지고 내용도 이해하기 까다로워지기 시작했다. 아이가 가져온 중3 수학 문제집을 우연히 펼쳐봤을 때 느꼈던 그 당혹감은 아직도 생생하다. 인수분해니 삼각함수니 하는 단어들이 눈앞에서 빙글빙글 도는데, 이걸 내가 지금 가르칠 수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학원 차를 태워 보내는 게 맞는 건지 한참을 고민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조차도 고등학교 때 수학을 제대로 끝내지 못했던 기억이 있어서, 아이에게 ‘이건 이렇게 푸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모순처럼 느껴졌다.

AI 디지털 교과서라는 이름의 거리감

요즘은 AI 디지털 교과서니 뭐니 해서 아이들이 기기를 끼고 공부하는 세상이라는데, 막상 옆에서 지켜보니 이게 교육인지 숙제 기계인지 구분이 잘 안 간다. 아이가 문제를 사진 찍어서 챗봇에 올리고 답만 적어 넣는 걸 봤을 때, 덜컥 겁이 났다. 정답을 맞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과정을 고민하는 게 수학 공부의 본질이라는데, 아이는 벌써 정답지보다 AI의 속도를 더 신뢰하는 것 같았다. 나도 중학교 때 정비례 관계 그래프를 이해하려고 라면 가격을 예로 들면서 끙끙대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 아이들은 그런 고민의 과정 자체를 생략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문명의 이기가 수학적 사고력을 갉아먹는 건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들고 말이다.

학원과 학습지 사이의 끝없는 방황

결국 집 근처에 있는 프랜차이즈 수학 학원을 기웃거리게 되었다. 상담을 받아보니 월 수강료가 대략 25만 원에서 35만 원 선이었는데, 이게 또 매달 나간다고 생각하니 경제적인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초등 수학 인강도 알아봤지만, 아이가 화면만 띄워놓고 딴짓을 할 게 뻔해서 선뜻 결제하기가 망설여졌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어떤 시스템을 선택하든 간에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친구들은 벌써 기출 문제를 풀린다느니, 선행을 어디까지 했다느니 떠들썩한데 나만 뒤처지는 기분이라 마음이 조급해졌다. 집에서 학습지를 풀게 시켜봤는데, 그마저도 며칠 지나지 않아 숫자 따라 쓰기 수준의 반복 학습이 지루하다며 아이가 대놓고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교과서 내용이 줄어든다는데 왜 더 어려운 걸까

뉴스를 보면 정부가 교과서 내용을 줄인다고 하는데, 정작 아이가 푸는 문제집을 보면 예전보다 더 꼬아놓은 것 같다. 송 교수님인지 누군가 인터뷰한 내용을 보니 무작정 양을 줄이는 게 능사가 아니라던데, 그런 전문가들의 의견은 높은 곳에서 하는 말 같고 당장 오늘 저녁 식탁에서 ‘엄마, 이건 왜 이렇게 돼?’라고 묻는 아이의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내 상황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대학 입시 때 논술 전형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도 들리는데, 지금 초등학생인 아이가 그런 먼 미래를 고민하기에는 너무 이른 게 아닐까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지금 이 기초를 안 잡아두면 나중에 고등학교 수학에서 정말로 손을 놓게 될까 봐 불안함이 가시질 않는다.

뚜렷한 답은 나오지 않고 오늘도 문제집만 쌓인다

거실 책장 한구석에는 채점도 다 못한 중학교 수학 문제집들이 탑처럼 쌓여 있다. 그걸 볼 때마다 내가 아이의 사고력을 키워주는 건지, 아니면 그저 시간만 낭비하게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오늘도 30분 동안 씨름하다가 결국 내일 다시 해보자며 덮어버렸다. 어차피 정답을 맞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아보지만, 뒤돌아서서 설거지를 하다 보면 아이가 풀지 못한 그 문제들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돈다. 수학이라는 게 원래 이렇게 사람을 작아지게 만드는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건지. 확실한 건 내일도 아이와 나는 식탁에서 비슷한 씨름을 반복하게 될 거라는 사실이다. 그저 조금이라도 덜 스트레스받으면서 넘어갈 방법은 없는지, 오늘도 검색창에 비슷한 고민들을 검색해본다. 답은 찾지 못한 채 말이다.

“집에서 수학을 봐주다가 결국 문제집을 다 버리고 싶어졌다”에 대한 2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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