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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정리하는 게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더라

서류 더미 속에 파묻혀 보낸 지난주

사업이라는 게 시작할 때는 참 거창하고 설레는데, 정리할 때는 왜 이렇게 비참해지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 몇 년 운영하던 작은 법인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엔 그냥 세무사 사무실에 맡기면 금방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법인 해산과 청산 절차라는 게 단순히 문을 닫는 게 아니더라. 일단 법인 정관부터 꺼내서 해산 사유가 적합한지 확인하고, 주주총회 소집하고, 이사들 인감 날인받으러 다니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창원 쪽에서 사업하다가 서울로 올라와서 정리하려니 서류 보낼 때마다 우체국 택배비가 꼬박꼬박 나가는데, 그 몇 천 원이 왜 그렇게 아깝게 느껴지던지.

법인 청산 비용과 현실적인 고민

법인파산 비용이 최소 몇백은 우습게 깨진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정말 아찔했다. 솔직히 가진 자산 다 털어서 빚 갚기도 빠듯한데, 법무사 비용에 각종 공과금까지 내고 나면 진짜 내 손에 남는 게 있을까 싶었다. 주변에서는 그냥 휴면 법인으로 두라고 하기도 했지만, 나중에 혹시나 모를 세금 문제나 책임 소재가 남는 게 찜찜해서 기어이 끝을 보기로 했다. 3개월 정도 걸릴 거라던 청산 기간은 서류 하나 잘못 쓴 거 보완하느라 더 길어졌다. 중간에 공정거래 관련해서 소명할 자료가 생겨서 식은땀을 좀 흘렸는데, 다행히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 그래도 그 몇 주 동안은 핸드폰 진동만 울려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청산가치 계산하면서 느낀 허탈함

내가 직접 청산가치를 계산해보니, 빚을 다 제하고 나면 사무실에 있던 낡은 집기들 처분한 돈 정도만 남는 것 같았다. 3년 전에 사무실 차린다고 샀던 책상이랑 의자들은 중고 시장에 내놓으니 헐값도 안 나오더라. 다들 가져가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그냥 폐기물 업체 불러서 버리는 데만 몇십만 원이 들었다. 이게 사업의 마지막인가 싶어서 기분이 묘했다. 뉴스에서 대기업들이나 사모펀드들이 법인 청산하면서 수조 원대 소송하고 어쩌고 하는 기사를 볼 때마다, 나는 고작 몇백만 원 때문에 이렇게 전전긍긍하나 싶어 한숨이 나왔다. 그쪽은 대형 회계법인 끼고 복잡한 절차 밟는다지만, 내 입장에서는 당장 다음 달 카드값이 더 걱정이었으니까.

흡수합병을 고민했던 시간들

사실 파산 전에 흡수합병이나 지분 매각을 알아보기도 했다. 아는 지인이 아는 법인에 우리 회사를 그냥 넘기면 어떠냐고 제안했는데, 실사 과정에서 우리 회사가 가진 소송 리스크가 발목을 잡았다. 결국 인수자 측에서 손을 떼겠다고 했을 때, 진이 다 빠져서 그냥 다 포기하고 청산 절차를 밟은 거다. 그때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좀 더 무리해서라도 합병을 추진해볼 걸 그랬나 하는 미련이 남기도 한다. 물론 다 지난 일이지만, 사업 접는 게 이토록 개인의 진을 빼놓는 일인지 몰랐다.

아직도 찜찜하게 남은 숙제들

지금 거의 마무리 단계긴 한데, 아직 퇴직연금 처리하는 게 하나 남았다. 법인 폐업 신고하고 나면 퇴직연금 수령하는 게 복잡해진다고 해서, 담당 법무법인에 물어봤더니 청산가치 산정에 영향 줄 수 있으니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더라. 그래서 그냥 그대로 묶어두고 있다. 통장에 돈이 있는데 꺼내 쓰지도 못하고 보고만 있는 심정이란 참. 다 끝난 것 같으면서도 어디선가 뭐가 불쑥 튀어나올 것 같아서 메일함이랑 우편물을 매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정리가 끝났다고 해서 마음이 개운할 것 같지는 않다. 그냥 어딘가 홀가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왜 그때 그런 선택을 했을까 하는 의문만 남은 채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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