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점 매출이 조금 나오기 시작하면서 들었던 조바심
작년 이맘때쯤 경기도 외곽에서 조그맣게 족발체인점을 운영하면서 하루 매출이 백만 원 선을 넘나들기 시작했습니다. 동네에서는 제법 입소문이 났고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들 중에 간혹 가맹점은 안 내주냐는 이야기를 툭툭 던지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참 철이 없게도 내가 만든 소스와 레시피만 있으면 전국에 수십 개 매장을 금방 늘릴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매일 밤 장사가 끝나고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 프랜차이즈화하는 방법을 검색해보는데 생각보다 준비할 게 너무 많았습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정보공개서 등록부터 가맹계약서 작성까지 법적인 절차들이 산더미 같았고, 무엇보다 매장을 홍보하고 가맹점주를 모집하는 영업력이 가장 큰 벽이었습니다.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쯤 인터넷에서 가맹영업대행이라는 솔깃한 서비스를 알게 되었습니다.
역삼동 빌딩에서 진행된 영업대행사와의 첫 미팅
여러 업체에 문의 글을 남겼더니 다들 아주 적극적으로 전화를 주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규모가 커 보이고 그럴듯한 제안을 하던 한 업체의 역삼동 사무실을 찾아갔습니다. 으리으리한 빌딩 고층에 있는 사무실이었는데 입구부터 성공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의 로고가 가득 붙어 있었습니다. 미팅 룸에서 만난 영업 팀장은 자신들이 기업인수합병이나 기업M&A 컨설팅까지 다루는 종합적인 법인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약 2시간 동안 이어진 설명회 같은 미팅에서 그들은 자기들이 보유한 데이터베이스와 CRM 시스템을 활용하면 6달 안에 최소 10개점은 무난하게 오픈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그 당시 저는 장사만 할 줄 알았지 마케팅이나 영업 프로세스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기에 그 화려한 말솜씨와 슬라이드 자료에 완전히 압도당하고 말았습니다.
가맹 계약 건당 수수료와 초기 구축비용의 현실
문제는 역시 돈이었습니다. 그들이 요구한 금액은 만만치 않았는데, 가맹 영업을 시작하기 위한 기초 매뉴얼 제작과 공정거래위원회정보공개서 등록 비용 명목으로 초기 구축비 1,500만 원을 요구했습니다. 여기에 실제 가맹 계약이 성사될 때마다 건당 300만 원의 성공 수수료를 별도로 지급하는 조건이었습니다. 며칠 동안 고민을 참 많이 했습니다. 그냥 동네 전단지를 돌리거나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는 직접 홍보 방식은 월 100만 원에서 200만 원 선이면 충분했기에, 이 큰돈을 한 번에 내는 것이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알아서 다 해준다는 말과 빠르게 매장을 늘리지 않으면 경쟁 브랜드에 상권을 뺏길지 모른다는 조바심에 결국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송금을 마쳤습니다. 그것이 고생의 시작이 될 줄은 모른 채 말입니다.
정보공개서 등록 이후에 찾아온 정체기와 연락 두절
계약을 맺고 나니 그들의 태도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브랜드 매뉴얼이라고 들고 온 결과물은 어디선가 흔하게 굴러다니는 족발 프랜차이즈의 매뉴얼에서 이름만 바꾼 듯한 조악한 템플릿 수준이었습니다. 그래도 어렵사리 정보공개서가 공정위에 등록되었으니 본격적으로 영업을 뛰겠거니 기대하며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문의 전화를 받았다는 연락은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참다못해 역삼동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면 매번 외부 미팅 중이라거나 지금 다른 대형 프로젝트 계약 건 때문에 자리를 비웠다는 핑계만 돌아왔습니다. 가끔 메일로 보내주는 주간 보고서에는 포털 사이트 배너 광고 노출 수 같은 영혼 없는 수치들만 가득했고 실질적으로 가맹 상담을 원하는 예비 점주와의 미팅은 단 한 차례도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지인 소개와 직접 발로 뛰는 영업으로 돌아온 이유
결국 계약 기간인 6달이 허무하게 흘러갔고 가맹영업대행사를 통해서 오픈한 매장은 단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허공에 날린 1,500만 원 생각에 밤마다 잠이 오지 않아 가슴을 쳤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저희의 첫 번째 가맹점은 대행사가 아닌, 저희 가게 단골손님이었던 분이 매장을 내고 싶다고 사정하셔서 계약을 맺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매장도 첫 번째 매장 점주님의 친척분이 오픈하신 것이었습니다. 대기업이나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이상, 이런 골목길 작은 브랜드는 결국 맛과 사장의 진정성을 보고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이지 번지르르한 영업 대행 업체의 PPT 발표나 광고 전화로 풀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지금도 가끔 그때 계약했던 업체의 문자가 오곤 하는데, 아직도 그 돈을 조금만 더 아껴서 본점 소스 개발이나 인테리어 개선에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짙게 남아 있습니다.

공정거래 정보공개서 때문에 정말 답답했을 것 같아요. 법률적인 부분은 외식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알아봐야 할 부분인데, 시간과 자원 부족으로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던 게 안타깝네요.
처음에는 데이터베이스랑 CRM 같은 걸 정말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결국 브랜드 본연의 맛과 사장의 진심이 더 중요한 거였군요.
데이터베이스와 CRM 시스템만 믿고는 정말 어리석었죠. 시장 조사 같은 기본적인 것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게 생각 안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