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엑셀이면 충분할 줄 알았지
가게를 시작하고 나서 매일 밤마다 포스기에 찍힌 매출을 엑셀 파일로 옮기는 게 일상이 됐다. 처음에는 그냥 날짜별로 얼마가 들어왔는지, 재료비는 얼마 나갔는지 대충 기록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몇 달 쌓이니까 슬슬 욕심이 생기는 거다. 오늘은 왜 어제보다 15% 정도 덜 팔렸을까? 비가 와서 그런가, 아니면 근처에 새로 생긴 다른 체인점 영향인가? 이런 고민을 하다가 엑셀 수식을 이것저것 건드리기 시작했다. 피벗 테이블을 만들고 그래프를 그리는 것까지는 재미있었다. 그런데 40대가 넘어서 다시 숫자를 들여다보려니 영 머리가 안 돌아가는 느낌이랄까. 괜히 전문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예전에 학교 다닐 때나 잠깐 썼던 매트랩(MATLAB)을 켜보게 되었다.
왜 굳이 매트랩까지 켰을까 하는 의문
솔직히 말하면 좀 웃긴 상황이다. 동네에서 작은 프랜차이즈 매장 하나 운영하면서 선형회귀분석을 해보겠다고 낑낑대고 있으니 말이다. 매트랩은 데이터가 아주 방대할 때 쓰는 건데, 고작 몇 달 치 일별 매출 데이터로 뭘 하겠다는 건지. 그래도 괜히 그럴듯한 그래프가 나오면 기분이 좋긴 했다. 특정 요일마다 매출 편차가 심한 걸 시각화해서 보니까 내가 그동안 막연하게 짐작했던 것들이 숫자로 찍혀 나오는 게 신기하더라. 다만, 이걸 분석하는 시간만큼 실제로 가게에서 손님을 응대하거나 메뉴를 개발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분석 자체는 재미있지만, 이게 내 통장 잔고를 즉각적으로 늘려주는 건 아니라는 걸 자꾸 잊게 된다.
숍인숍 추가와 데이터의 늪
최근에는 매출을 조금이라도 더 올려볼까 싶어서 숍인숍 형태로 디저트류를 추가할까 고민 중이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는 무조건 매출이 20%는 뛸 거라고 하는데, 그 말을 그대로 믿기에는 이제 경험이 좀 쌓였다. 이번에도 매트랩을 이용해서 간단한 예측 모델을 돌려봤는데, 재료비와 인건비 상승 폭을 고려하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생각보다 얼마 안 될 것 같다. 매출액 자체가 8억이나 10억씩 찍히는 대기업 매출 분석 기사를 보면 부럽기도 한데, 막상 내 매장의 1~2천만 원 단위 매출 흐름을 관리하는 건 훨씬 복잡하고 예민한 일이다.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더 막막해지는 기분이 든다. 어제는 새벽 2시까지 데이터를 만지다가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인가 싶어 모니터를 껐다.
예상치 못한 변수들은 숫자로 안 잡힌다
데이터 분석 준전문가 자격증 같은 걸 따볼까도 잠시 생각했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그런 이론보다 훨씬 날것의 상황들이 벌어진다. 갑자기 단체 손님이 들이닥쳐서 재료가 떨어지거나, 아르바이트생이 갑자기 연락 두절이 되는 상황은 선형회귀분석 모델에 반영할 수가 없다. 약 300만 원 정도 들여서 들여놓은 커피 머신이 고장 나서 반나절 영업을 못한 날의 데이터는 사실 오류나 다름없는데,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아직도 감이 안 잡힌다. 그냥 빼버리자니 전체 흐름이 왜곡되는 것 같고, 그대로 두자니 통계 결과가 엉망이 된다. 이런 소소한 불편함들이 쌓이니까 숫자로 모든 걸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이 얼마나 오만한 건지 새삼 깨닫는다.
앞으로 데이터와 어떻게 지낼까
지금은 그냥 매일 포스기에서 내려받은 CSV 파일을 매트랩으로 불러와서 간단한 상관관계만 확인하는 정도다. 이게 실질적으로 매출을 10만 원이라도 더 올려주고 있는지 물어본다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래도 예전처럼 막연하게 ‘이번 달은 좀 덜 팔리네’ 하고 한숨 쉬는 것보다는, ‘아, 특정 요일의 매출 하락 폭이 작년 이맘때와 비슷하구나’라고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다만 주변에서는 왜 그렇게 피곤하게 사냐고 한다. 그냥 장사만 잘하면 되지 않냐고. 틀린 말은 아닌데, 이제는 숫자로 증명되지 않으면 가게 운영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다. 오늘도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 엑셀을 켤지, 아니면 그냥 푹 쉴지 고민 중이다. 아마 결국은 노트북을 켜고 말겠지만.

커피 머신 고장 때문에 영업이 멈췄던 경험이 있네요. 데이터 분석을 하려고 했는데, 실제 운영 상황이 얼마나 복잡할지 다시 한번 깨달았어요.